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제시했다. 천안문 시위 무력 진압에 따른 여파가 지속됐던 1991년 4.5% 성장 목표를 세운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성장률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경험과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국제 정세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 예상보다 낮게 설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4기 1차 전체회의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성장률 목표를 이같이 제시했다. 리 총리는 “올해는 경제 안정을 우선시하면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선제적 재정 정책의 강도와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부 목표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 안팎,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 3%, 1200만개의 도시 일자리 창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3% 안팎을 설정했다.
중국은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에는 성장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해 중국 경제는 2.3% 성장했다. 이어 2021년에는 6.0% 이상을 목표로 설정한 뒤 8.1%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5.5% 안팎을 제시했다가 실제로는 3.0% 성장에 그쳤다.
리 총리는 또 “전략적 신흥 산업을 육성하고 공급망 산업망의 고리를 강화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과학기술의 자립자강도 강조했다. 미국과의 첨단기술 패권 경쟁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리 총리는 이번 전인대 업무보고를 끝으로 퇴임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리 총리가 국무원과 재정부 등 정부 부처를 돌며 작별 인사하는 영상이 중국 온라인상에서 검열돼 삭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영상에는 리 총리가 국무원 직원들로부터 환대를 받고 단체 사진을 찍는 모습 등이 담겼다. 리 총리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최우선 순위는 발전이며 기본적인 동력을 개혁이다”고 말했다. 한 중국 관리는 SCMP에 “많은 이들이 리 총리와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모였고 모두가 그와의 이별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신임 총리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측근이자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인 리창이 맡을 전망이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