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개막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 업무 보고를 끝으로 퇴임하는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검열돼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 총리가 경제 개혁을 강조한 대목이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3기 지도부 심기를 건드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리 총리가 국무원과 재정부 등을 방문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등이 담긴 영상이 최근 중국 SNS에 올라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해당 영상은 중국에서 가상사설망(VPN)을 작동해야 접속할 수 있는 유튜브, 트위터 등 해외 SNS에서는 볼 수 있다.
영상에는 리 총리가 직원들에게서 따뜻한 환영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이 담겼다. 리 총리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를 방문해 “최우선 순위는 발전이며 기본적인 동력은 개혁이다”고 말하는 장면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SCMP에 “많은 사람이 리 총리와 작별 인사를 나누기 위해 모였고 모두가 그와의 이별을 원하지 않는 듯 보였다”고 말했다. 곧 물러날 리 총리에 대한 관료 사회 평판이 여전히 좋다는 의미다.
리 총리는 개혁 개방에 열린 시장주의자로 평가된다. 2012년 11월 시 주석 리 총리 체제가 출범했을 때 두 사람의 성에 팀을 뜻하는 한자 ‘조’를 붙여 만든 ‘시리주’라는 조어가 유행했지만 시 주석 1인 독주 체제가 강화되면서 리 총리는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신임 총리는 시 주석의 측근이자 권력 서열 2위로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른 리창이 맡게 될 전망이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