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홍콩 정부 수장인 존 리 행정장관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국가보안법 시행, 선거제도 개편 등을 통해 홍콩의 중국화가 진전된 데 대한 만족의 표시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업무 보고에서 홍콩에 관한 언급이 줄어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개막식이 끝나고 퇴장하기 전 리 장관에게 인사를 건넸고 리 장관은 두 손을 모아 화답했다. SCMP는 “중국 최고 권력자가 정치적으로 상징성이 있는 행사에서 그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보이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의 이러한 제스처는 개막식 내내 무표정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것과 대비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5월 실시된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단독 출마해 당선된 리 장관은 2019년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하며 중국 지도부 눈에 들었다. 경찰 출신 인사가 홍콩 정부 2인자인 정무부총리를 거쳐 행정 수반에 오른 건 1997년 주권 반환 이후 그가 처음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중난하이에서 리 장관으로부터 연례 업무 보고를 받고 “리 장관 취임 후 과감하고 실용적인 행보로 국가 안보를 단호히 수호했으며 경제를 회복시키고 20차 당 대회 정신을 관철했다”며 “중앙정부는 리 장관과 신임 정부의 업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힘을 실어줬다.
리커창 총리의 전인대 정부 업무 보고에서 홍콩 관련 내용은 대폭 줄었다. 리 총리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법에 기반한 통치,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거론하며 “중국은 홍콩과 마카오의 경제 성장과 장기적인 번영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라우시우카이 중국 홍콩마카오연구협회 컨설턴트는 SCMP에 최근 몇 년간 정부 업무 보고를 보면 홍콩에 대한 질서와 정치를 강조하던 데서 번영, 경제로 초점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홍콩은 이제 일국양제를 충실하게 이행하기 위한 기반이 구축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정옌슝 주임은 개막식 후 홍콩 전인대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일국양제 시스템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면서도 “일국을 수호할 때만이 양제가 적절히 작동하고 홍콩에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