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가 대중국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통제를 강화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1월 말 미국과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에 협력하기로 합의한 뒤 약 한 달 만에 이를 본격화한 것이다.
리제 슈라이너마허 네덜란드 무역부 장관은 8일(현지시각) 올해 여름 전에 국가 안보를 위한 새로운 반도체 기술 수출 규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슈라이너마허 장관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국가 안보를 위해 특정 반도체 생산 장비에 대한 기존 수출 통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기업은 해당 기술을 수출하기 전 라이선스(허가)를 신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 통제 조치가 적용될 무역 대상 국가와 통제 대상 기업이 어디인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수출 통제 대상엔 ASML이 만드는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 기술을 비롯한 작고 강력한 반도체 칩을 만들 수 있는 매우 높은 사양의 시스템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광 장비는 실리콘 표면에 레이저로 미세한 회로를 새겨넣는 것이다.
ASML은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와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DUV 노광 장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9년 EUV 노광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ASML은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새 규제로 인해 ASML은 DUV 노광 장비 수출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의 조치는 한국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ASML의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두 중국 내에 상당한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27일 네덜란드와 일본은 미국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 중인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에 동참하기로 합의했다. 미 정부는 당시 합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네덜란드가 이 합의 내용을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도 이르면 이번 주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현 기자 eh@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