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난민 47명을 싣고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향하던 선박이 악천후로 전복되면서 30명이 실종됐다. 이탈리아 해역에서 비슷한 인명사고가 있은 지 2주 만의 일이다.
12일(현지시간) 프랑스 AFP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47명을 태우고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던 선박 1척이 리비아 동부 벵가지에서 북서쪽으로 180km 떨어진 곳에서 뒤집혔다.
구조 작업을 통해 17명은 구조됐지만 30명은 아직까지 실종됐다.
이탈리아 해안 경비대 등은 인근 해역을 지나던 상선 4척에도 지원을 요청해 실종자 수색 작업을 펼쳤으나, 악천후로 인해 생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AFP는 전했다.
현지에서는 구조 당국의 대처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조난 선박의 신호를 감지하는 자선 단체 ‘알람폰(Alarm Phone)’에 따르면 사고 전날인 지난 11일부터 위급 상황을 감지하고 이탈리아 및 리비아 구조 당국에 지속해서 구조 요청을 보냈으나 이탈리아 구조 당국의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알람폰은 “탑승자들과 마지막 연락이 닿았던 것은 12일 오전 6시 50분”이었다면서 “그들은 기진맥진한 채로 비명을 지르며 분투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본격적인 구조 작업은 최초 신고가 들어온 지 하루 뒤인 12일 오전 화물선 한 척이 현장에 도착한 뒤에야 시작됐다. 그 사이 선박은 완전히 전복됐다고 이탈리아 해안 경비대는 전했다.
이탈리아 구조 당국은 이번 사건이 이탈리아가 아닌 리비아의 수색·구조 구역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구조 당국이 이주민 선박에 대한 구조 작업을 인도주의적 문제가 아닌 법 집행 문제로 취급한 탓에 지원이 늦어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AFP는 전했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도 이탈리아 서남부 칼라브리아주 동쪽 해안에서 튀르키예발 난민 선박이 난파돼 탑승객 79명이 숨지는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이를 놓고 이탈리아 안에서는 난민 대거 유입을 반대하는 우파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이탈리아 우파 연립정부를 이끄는 조르자 멜라니 총리는 최근 난민 구조선의 입항을 거부하는 등 난민을 배척하는 정책을 펴는 한편 유럽연합(EU) 다른 회원국들에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난민을 처리하는 데 협조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탈리아 형제당’의 하원 원내 대표 토마소 포티는 뉴스 전문 채널 ‘티지콤24’에 출연해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들어올 기회를 엿보는 난민이 추정치로 68만5000명에 달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제이주기구(IMO)는 이 수치가 리비아 내 난민의 전체 숫자로, 유럽 전체로 들어오려는 인원과 혼동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리비아는 유럽으로 향하는 아프리카 이민자들의 주요 이동 경로로 알려져 있다.
김영은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