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은행 시스템 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미국 중형 은행 3곳의 연쇄 파산으로 다른 은행에서도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사태) 발생 가능성이 크고 고금리에 따른 손실 압력이 증가해 은행의 경영 환경이 급속히 악화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SVB 사태 이후 미국 증시는 처음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전날 폭락한 은행주들이 낙폭을 만회하며 상승을 주도했다. 미 정부의 강력한 조치와 SVB 채권자들의 신속한 자산 매각 결정으로 사태는 수습 국면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디스는 14일(현지시간) 미국의 전체 은행 시스템에 대한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했다고 밝혔다고 미 CNBC방송이 보도했다.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SVB와 실버게이트은행, 시그니처은행에서 벌어진 뱅크런과 이들 은행의 파산으로 미국 은행의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한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SVB처럼 기업 고객의 보험 한도액을 초과하는 예금이 많고 보유자산의 현재 가치가 많이 떨어진 다른 은행들도 여전히 위험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위기를 고려해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지만 당분간 금리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 “통화정책 긴축의 압력이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증시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연준의 은행 규제·감독권 강화 방침 발표, 신속한 파산 은행 청산절차 돌입 등에 힘입어 반등했다. 5거래일 연속 하락을 이어갔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뉴욕증시에서 전장보다 1.06% 상승하며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68%), 나스닥지수(2.14%)도 급등했다.
특히 폭락했던 은행주가 ‘안도 랠리’로 크게 상승했다. 팩웨스트뱅코프(33.85%), 퍼스트리퍼블릭은행(26.98%), 웨스턴얼라이언스(14.36%)가 급등했고 코메리카, 자이언스뱅코프 등도 3~4% 올랐다. 자산운용사 알리안츠 인베스트먼트의 찰리 리플리 수석 투자전략가는 “정부 발표가 흐름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공포가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는 설명이다.
한편 백악관은 중소 은행들의 사태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재무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과 긴밀히 접촉하며 상황을 관리하는 한편 중소 은행에 잠재적 문제가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창호 선임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