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함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으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당초의 전망이 바뀐 것이다.
블룸버그는 16일(현지시간) 연준이 3월과 5월에 각각 0.25%p의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시장 혼란이 인플레이션 대응이라는 연준의 우선순위를 바꿀 수준은 아니라는 점이 근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준의 기준금리 0.25%p 인상 확률은 약 80%로 높아졌다. 전날 50%에 가까웠던 금리 동결 확률은 20% 이하로 낮아졌다.
SVB 파산 여파로 스위스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주가가 폭락하는 등 유럽 은행권도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이런 위기의 원인으로 연준의 과도한 금리 인상이 지목됐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금융권 연쇄 붕괴를 막기 위해 대형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은행들에 자금을 투입하면서 불안이 다소 완화되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대형은행 11곳은 이날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300억달러(약 39조원)를 예치한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 이사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3.0%에서 3.5%로 0.5%p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월 이후 석 달 연속 ‘빅스텝’이다. ECB는 “물가상승률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지나치게 높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돼 중기 물가상승률 목표치 2%로 제때 복귀하기 위해 오늘 금리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우리는 물가상승률과 단호히 싸워나갈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줄어들었을 때 물가상승 기조가 유지된다면 추가로 인상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