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잠시 주춤했던 겨울폭풍이 이번주 초 다시 캘리포니아 전역을 강타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겨울 우기 동안 겨울 폭풍은 이번 비까지 12번이나 남가주를 찾아 왔다. 지겹도록 내리는 겨울 비는 한인들의 일상생활도 변화시키고 있다.17일과 18일 모처럼 화창한 날씨를 보였던 남가주 지역은 일요일인 19일 오후부터 약한 비가 내린데 이어 20~22일 사이에는 또 다시 많은 비가 예상된다고 국립기상청이 밝혔다. 특히 화요일인 21일에는 강한 바람이 몰아치면서 빗줄기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기상청은 예보했다.LA 지역의 경우 낮 최고 기온은 20일 화씨 63도에서 22일 화씨 57도로 점차 낮아지고, 밤 최저기온 역시 20일 52도에서 22일 46도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구름없는 맑은 날씨는 토요일인 오는 25일이나 가능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북가주 지역에서는 폭우로 인한 홍수 피해가 계속돼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쪽으로 60여 마마일 떨어진 래트롭 지역에서는 물이 범람해 마을이 물에 잠기는 등 재난 상황이 어어지고 있다.이같이 겨울 폭풍이 이어지면서 지난 12일 서머타임 시작 이후 길어진 낮시간을 활용해 야외활동을 기대했던 한인들은 계획을 접고 일제히 ‘방콕(외출하지 않고 방에만 처박혀 있음을 일컫는 말)’ 모드로 전환했다. 웨스트 LA에 사는 벤자민 홍(42)씨는 “주말이면 초등학생 아이들과 스포츠 활동을 해 왔는데 공교롭게도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날씨가 좋지 않아 집에만 있으려니 아이들이 많이 답답해 한다”고 전했다.골프와 테니스 등 스포츠를 좋아하는 한인들 역시 불순한 날씨가 야속하기만 하다. 특히 테니스 대회와 골프 토너먼트 같이 많은 인원이 참가하는 스포츠 행사를 계획 중인 단체나 동호회는 일정을 확정하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다.집에만 있다보니 넷플릭스 등을 통해 신작 K-드라마 몰아보기로 소일하고 있다는 한인들도 적지 않다. 주부 캐롤라인 오씨는 “비가 내리면 특별히 할 일이 없어 한번 보기 시작한 신작 드라마를 2~3일 동안 몰아서 보고 있다”면서 “이제는 겨울 비도 지겹고, 드라마 몰아보기도 지겹다”고 하소연했다.멈출 줄 모르는 겨울 비는 한인들의 소비패턴도 변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업종별로 희비가 교차한다.봄철 신상품을 준비했던 의류업계의 타격이 크다. 토랜스에서 여성용 의류 소매점을 운영하는 다이애나 홍씨는 “3월부터 맑고 따뜻한 봄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신상품을 많이 준비해 놨는데 타격이 크다”며 “요즘 상황에 ‘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이 딱 들어 맞는다”고 울쌍을 지었다.세차장과 건설업은 거의 휴업상태다. 놀웍에 익스프레스 카워시를 갖고 있는 황모씨는 “이번 겨울에 세차장을 정상 영업한 날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고, 제너럴 컨트랙터인 한모씨는 “잠시 비가 그쳐도 공사를 재개하려면 며칠을 기다려야 하고 기다리다 보면 또 비가 오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반면 설렁탕과 찌개류를 파는 파는 한식당과 사우나에는 따뜻하게 몸을 녹이려는 한인들이 몰려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