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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태그하면 블핑 티켓”…인니 총선 등장한 K팝


인도네시아에서 K팝 인기가 매우 높은 가운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젊은 유권자를 잡기 위해 일부 정당이 블랙핑크 공연 티켓 이벤트를 벌이는 등 K팝을 홍보 도구로 사용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자카르타 포스트 등에 따르면 야당인 그린드라당은 트위터를 통해 자당 대선 후보의 얼굴이 그려진 광고판 앞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당명와 후보명을 태그하면 추첨을 통해 블랙핑크 월드투어 ‘본 핑크’ 공연 티켓을 증정한다고 공지했다.


이벤트를 알리는 영상은 지난 8일 올라왔는데, 10여일 만에 9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또 다른 정당인 인도네시아 연대당(PSI)도 당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하고 경품을 안내하는 게시물을 리트윗한 사람에게 추첨을 통해 블랙핑크 콘서트 티켓을 경품으로 제공한다고 안내했다.

국민수권당(PAN)은 지난해 자당 행사에서 K팝 그룹 아스트로를 초청해 공연을 열기도 했다.

당시 공연을 기획한 지타 안자니 PAN 중앙집행위원회 위원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K팝 공연을 기획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정당은 구호만 외치지 말고 진짜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처럼 정당들이 홍보에 K팝을 활용하는 건 인도네시아 내 젊은 유권자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내년 2월 새로운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 등을 뽑는 대규모 선거를 앞두고 있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는 1980년 이후에 출생한 일명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Z세대가 전체 유권자의 60%에 이를 전망이다.

다만 K팝을 선전 도구로 활용하는 정당들의 행태에 젊은 층의 반응은 엇갈린다.

블랙핑크 공연 티켓을 경품으로 내건 그린드라당의 게시물에는 “블랙핑크의 이름을 정치적 이해관계에 끌어들이지 말아 달라”는 답글이 달리는 등 비판하는 댓글도 많았다.

대학생 이네스 셀라 멜리아(22)씨는 자카르타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정당들이 정치에 K팝의 이미지를 심으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공짜 티켓을 나눠주는 것보다 공교육이나 부패 문제 등 더 심각한 현실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 같은 움직임 자체를 젊은층과 소통하려는 시도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푸트리 파히라 부디만(23)씨는 정당들이 젊은 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런 노력을 하는 것이 절실해 보인다며 “대중적 지지층을 확보하려는 정당의 노력 중 하나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