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거장들의 작품 사진을 수업 시간에 보여줬다가 항의를 받고 해고된 미국 플로리다주 한 초등학교 교장이 이탈리아 피렌체시의 초청을 받았다고 BBC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켈란젤로의 조각 작품 ‘다비드상’이 있는 피렌체시는 플로리다주 ‘탤러해시 클래식 스쿨’에서 해고된 호프 캐러스킬라 전 교장을 초청했다. 시는 “예술과 외설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며 학생과 학부모도 함께 시 미술관에 초대했다.
지난 17일 캐러스킬라 전 교장은 6학년생들에게 서양 미술사 수업을 진행하던 중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의 ‘다비드상’ 사진을 자료로 제시했다. 그는 미켈란젤로의 다른 작품인 ‘아담의 창조’와 산드로 보티첼리(1445∼1510)의 역작 ‘비너스의 탄생’도 소개했다.
논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일부 학부모가 나체 작품 사진을 수업에 사용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학교 측에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항의 과정에서 다비드상을 ‘포르노’라고 지칭하는 학부모도 있었다고 캐러스킬라 전 교장은 주장했다.
초등학생에게 성교육을 금지하는 법안이 주의회 하원에서 발의될 정도로 보수적인 플로리다 정서가 나체로 표현된 작품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학교 측은 교장에게 사임과 해고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요구했다.
이탈리아 내에서는 문화적 감수성이 배제된 무지한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AP통신은 “르네상스 걸작이 나체로 표현됐어도 유럽에서는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미국의 문화 전쟁을 본 이탈리아인들이 어처구니없어 한다”고 전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