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장에 파키스탄계 무슬림 훔자 유사프(38) 보건부 장관이 내정됐다. 정식 취임하면 첫 유색인종에 최연소 수장이 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 등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집권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27일(현지시간) 당 대표 선거에서 52% 득표율을 얻은 유사프 장관이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집권당 대표가 자치정부 수장이 된다.
유사프 내정자는 스코틀랜드 의회 투표와 국왕의 승인을 거쳐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SNP가 제1당이므로 의회 표결은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85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파키스탄계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60년대에 가족과 함께 스코틀랜드로 이민 왔고 어머니는 케냐 가정에서 태어나 스코틀랜드로 이주했다.
유사프 내정자는 “우리는 오늘 피부색과 종교가 이 나라를 이끄는 데 장벽이 되지 않는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며 당선 소감을 밝혔다.
유사프 내정자는 글래스고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뒤 통신회사 콜센터에서 일하다가 정치에 입문했다. SNP 바시르 아마드 하원의원의 의회 보좌관과 앨릭스 샐먼드 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장의 보좌관으로 일했다. 대학 졸업 후 거의 바로 정치에 입문해 일부 비평가로부터 “‘진짜 직업’은 콜센터 하나뿐”이라는 조롱을 듣기도 했다.
2011년 26세에 최연소 의원으로 선출된 그는 1년 뒤 유럽 및 국제개발부 장관으로 승진했다. 이후 교통부, 법무부, 보건부 장관을 역임했다. 의회에 진출할 당시 스코틀랜드 고유 복식인 ‘킬트’를 입고 영어와 파키스탄, 인도에서 쓰이는 우르두어로 선서해 주목을 받았다.
유사프 내정자는 스코틀랜드의 독립과 유럽연합(EU) 복귀를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 소수 인종으로서 경험을 토대로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소수자 권리 보호를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유사프 내정자의 당선으로 영국에서는 인도계 힌두교도인 리시 수낵 총리와 파키스탄계 무슬림인 사디크 칸 런던 시장에 이어 남아시아계 이민자 출신이 주요 직책을 맡게 됐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