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세계’를 기반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거물 디즈니가 당파적 정치 논쟁에 휘말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디즈니가 민감한 현실 문제와 마주하며 위기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존에 디즈니는 가족 친화적인 영화와 드라마, 테마파크의 놀이기구 등을 통해 ‘모두를 위한 가치’를 추구하며 정치 문화적 이슈와 최대한 거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정치가 극단으로 양분되는 흐름에서 디즈니의 기존의 태도가 양 정파 모두에게 비판받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플로리다주가 도입해 미국 사회에서 큰 논쟁거리가 된 동성애 관련 교육 금지법이 대표적인 예다. 해당 법의 주요 내용은 유치원~초등학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는 학교에서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주제로 한 수업·토론을 금지하도록 한다.
당초 디즈니는 법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성 소수자 옹호단체 등이 디즈니의 침묵을 비판하고, 직원들이 항의 파업에 나서자 디즈니는 플로리다주에 정치자금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디즈니가 이 같은 입장을 취하자 최근 ‘디즈니를 보이콧하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트윗들은 최근 수백만명에게 ‘마음에 든다’는 반응을 받았다. NYT는 “디즈니는 누구의 기분도 상하게 않게 하려다 모든 사람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디즈니 스스로 문화적 쟁점에 대해 주도적인 입장을 취한 경우도 있다.
캐스팅이 거의 전부 흑인으로 이뤄진 블록버스터 영화 ‘블랙팬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이들 작품은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일부 관객에겐 반발을 사기도 했다.
디즈니 내부에서도 현실 문제에 직면한 디즈니에 관한 우려의 시선이 있다. 한 임원은 “예술적 창작물을 ‘정치적 올바름’(PC)의 필터로 보는 일이 창의성을 얼어붙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