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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래인’ 삭제한 日 초등 교과서… “한반도 영향 약화”


왜곡된 역사관으로 정부 검정을 통과한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도래인(度來人)’이라는 표현이나 설명이 삭제됐다고 동북아역사재단이 밝혔다. 일본 고대사에서 한반도의 영향을 축소하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위가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29일 서울 서대문구 재단 대회의실에서 ‘일본 초등학교 검정교과서 내용 분석 전문가 세미나’를 열고 한국사 관련 서술을 살펴본 뒤 내용을 발표했다. 앞서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28일 “2024년도부터 초등학교에서 사용될 교과서 149종이 교과서 검정심의회 심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이 교과서는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거나 제국주의 시절 조선인 징병의 강제성을 희석한 표현으로 우리 정부의 항의를 받았다.

왜곡된 역사관은 영토 문제나 제국주의 시절 전쟁범죄에 국한되지 않았다. 고대사 서술에서도 한반도를 거쳐온 문화를 지우려는 시도가 동북아역사재단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위 연구위원에 따르면 도쿄서적 교과서는 일본 규슈 사가현 요시노가리 유적 출토품을 설명하면서 ‘도래인’이라는 기존의 문구를 ‘대륙’으로 수정했다. 일본문교출판 교과서에서는 도래인이 일본 정치에 미친 영향력을 시사하는 내용이 완전히 삭제됐다. 교육출판은 도래인의 일본 내 활동과 관련한 서술을 뺐다.

위 연구위원은 “도래인은 일본사 교육에서 한반도로부터 건너온 사람을 의미한다. 이를 모호하게 ‘대륙’이라고 표현한 것은 문화 전파에서 한반도의 영향력을 약화하려는 서술로 해석할 수 있다”며 “제국주의의 식민사학에서는 한반도로부터 건너온 문화를 설명할 때 한반도를 교량화하면서 (대륙에서) 거쳐 온 것처럼 강조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도래인 관련 표현에 대해 살짝 껄끄러우면 다 지우는 식으로, 별로라는 생각이 들면 서술하지 않는 식으로 지워가는 경향이 보인다”고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의 역사관을 지적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제국주의 일본이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슬로건으로 내세운 대동아공영권을 계승하는 듯한 서술도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파악됐다. 특히 조선 침략으로 이어진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서술한 대목이 동북아역사재단의 지적을 받았다.

위 연구위원은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 3종에서 모두 일본의 러일전쟁 승리가 구미 제국 지배하에 있던 아시아 여러 나라 사람에게 독립에 대한 자각과 희망을 줬다고 서술해 결과를 미화했다”고 비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