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캐나다까지 도청한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캐나다는 정보기관 공동체인 이른바 ‘Five Eyes’에 속하는 국가로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확실하게 신뢰하는 동맹국 중 하나다.
이 ‘Five Eyes’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앵글로 색슨 계 5개 국가들로 이뤄져 있는 미국의 최우방 동맹이다.
미국과 가장 핵심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영어권 국가들이 각자 정보 기관들이 수집한 군사 정보를 나누면서 협력과 활용 등을 목표로 하는 정보 기관 공동체로서 미국이 유일하게 신뢰하고있는 국가들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Five Eyes’ 국가 중 하나이자 이웃 국가인 캐나다마저 미국 도감청 대상이었던 것으로 미국 문서를 통해서 확인된 것이다.
유출된 미국 국방부의 1급 기밀문서에는 한국 등 동맹국들과 UN 등 주요 국제기구 수장에 대한 도청 논란 속에 캐나다 정부를 감청한 문건이 추가로 드러났다.
미국 정부는 캐나다 정부를 감청한 문건에 Comment까지 했는데 캐나다 국방 역량 부족에 불만을 제기하는 내용이었다.
Washington Post는 또 다른 美 국방부 기밀문서를 입수했다면서 캐나다의 국방력 역량에 대한 미국의 불만과 우려가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美 국방부 기밀 문서에는 캐나다군의 국방력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라트비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가 전투 그룹을 이끌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동시에 주요 작전을 수행하려던 당초 계획에 차질이 빚어져 어려움을 겪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캐나다군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장갑차와 탄약 등 10억 달러가 넘는 군사 지원을 제공했으며, 현재 라트비아에 있는 NATO 전투 그룹을 지휘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NATO 동맹국들은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파트너로서 영토 방어 능력을 공유하며 군사적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미국은 북미 영공 감시 임무 등을 캐나다와 함께 수행하면서 오랫동안 캐나다에 국방비 지출을 늘릴 것을 압박해왔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면서 북극권에 대한 감시와 방어 역량 강화를 위한 적극적 역할 분담과 방어 시스템 현대화 작업 등에 속도를 낼 것을 캐나다에 요구해왔다.
Washington Post는 美 함동참모본부 직인이 찍힌 이 기밀문서를 인용해 캐나다가 라트비아에 배치된 병력을 늘리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 일부 NATO 회원국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여기에 유럽의 맹주 독일이 캐나다가 NATO 서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를 계속해서 지원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美 합동참모본부 문서에는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군사력 부족이 캐나다 역량을 저해하면서 파트너십 관계와 동맹 기여에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NATO 방위비 지출 목표와 관련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NATO 관리들과 사적으로 나눈 대화 내용도 담겨 있다고 Washington Post는 전했다.
美 합동참모본부 문서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NATO 관리들과 사적인 대화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언급을 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NATO 권고 사항인 2% 국방비 지출을 캐나다가 맞출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NATO 관리들에게는 충격이었다.
더구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NATO의 방위비 지출 목표를 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해 이번 문서에서 드러난 그같은 사적인 대화 내용에 미국이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NATO는 현재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국방비 지출 규모로 각국들의 국내총생산, GDP 대비 2%를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캐나다가 지출하고있는 국방비는 GDP의 약 1.29%로 NATO가 권고한 국방비 지출 목표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Washington Post는 캐나다 국방비가 26년 동안 1.4% 미만이었고 그 기간 중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8년이나 총리직에 있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러다 보니 캐나다 군사력이 너무 약해져 NATO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데 美 합동참모본부 문서는 지난 2월 11일 캐나다 유콘 주 상공에 나타난 중국 정찰풍선으로 의심된 정체불명의 비행 물체에 대한 캐나다군 대응도 언급했다.
문서는 캐나다 CF-18 전투기들의 대응이 1시간 지연돼 결국 미국의 지원이 필요했다며 부정적인 평가도 명시됐다.
당시 캐나다군과 미군 전투기들이 출격했는데 미군 F-22 전투기가 이 미확인 비행 물체를 격추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美 기밀 문서 내용 추가 공개 후 수도 오타와에서 해당 문건 관련해서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가 현 시점에서 전세계적으로 NATO 신뢰를 받을 수있는 파트너라고 말하고 앞으로도 이같은 관계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과 NATO 핵심 국가들이 캐나다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가 이번 문서를 통해 드러난 만큼 트뤼도 총리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NATO 균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