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am News

“미군은 거대한 관료집단, 中에 따라잡힌다”…고위간부 또 사임


미 국방부에서 기술 혁신을 주도했던 고위 관리가 사임하면서 미군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관료집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군의 혁신 속도가 너무 느려 중국 등 적들에게 기술 우위를 잃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반년 사이 미군의 느린 기술 혁신을 비판하며 고위 관리가 사임한 세 번째 사례다.

미 공군 및 우주군의 첫 최고설계책임자(CAO)를 맡았던 프레스톤 던랩은 19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국방부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미국은 잠재적인 적에게 기술 우위를 잃을 수 있다”는 내용의 사임서를 올렸다. 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전날 사임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던랩은 존스홉킨스대학 응용물리학 연구소 국가안보분석책임자로 일하다 2019년 국방부에 합류, 공군 및 우주군의 기술 개발 및 혁신 총괄 업무 등을 맡았다.

던랩은 8장 분량의 사임서에서 “부임 첫날 (국방부는) 예산이나 권한은 물론 사람이나 비전도 없다는 걸 알았다. 이전에 정부와 일해 본 사람들에겐 놀랄 일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가 뭔가를 만들어 낼 때쯤이면 이미 쓸모없는 것이 된다. 어떤 기업도 이런 식으로는 살아남지 못하고,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던랩은 “사임서를 쓰고 있는 동안 국방부에서 전화선이 끊어졌다는 알림을 받았다. 2022년에 전화선이 끊어졌다”고 꼬집기도 했다.

던랩은 “국방부는 데이터, 분산컴퓨터 처리, 소프트웨어, AI 및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국내 민간 부문에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방부를 ‘세계 최대 관료집단’이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관료주의의 괴물’과 싸우고, 조직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실리콘 밸리의 정신과 역량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던랩은 특히 “상용 기술을 활용하고, 외부 혁신가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국방부가 얇아진 기술 우위를 다시 높일 수 있다”며 “국가를 방어하고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민간 부문을 활용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항공 회사 스페이스X를 언급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혁신적인 관행을 조직 운영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미군은 스페이스X 같은 회사를 모방해 극초음속미사일부터 AI 알고리즘까지 여러 테스트를 수행하는 데 과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미 국방부에서는 고위 기술 담당자가 조직의 느린 혁신 속도를 비판하며 사임하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미 공군 첫 최고보안책임자(CSO)였던 니콜라스 차일란은 지난해 10월 사임하면서 “미군은 AI 경쟁에서 중국에 지고 있다. 15~20년 뒤에는 중국과 싸울 기회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 역시 “국방부의 관료주의와 과도한 규제가 절실한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 사임한 데이비드 스파이크 최고데이터책임자도 “국방부는 AI, 머신러닝, 양자 과학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군사 도구를 개발하는 적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도 이 같은 우려를 인정하고 있다. 국방혁신부서 책임자 마이클 브라운은 이달 초 상원 군사위에서 “새로운 기술 발명이나 채택 속도가 느린 점이 국방부의 두드러진 약점”이라며 “미국이 중국에 뒤처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