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다음 달 9일 전승기념일 전까지 침공 성과를 달성해야 한다는 목표에 쫓겨 성급한 공격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쟁 결과와 상관없이 승리를 선언하기 위해 러시아 고위 관리들이 마리우폴 인근에 집결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미국 등 서방 동맹은 우크라이나에 전투기 등 추가 군사지원을 확대하며 대응에 나섰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19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이지움에서 미콜라이우까지 전선을 따라 많은 주요 지역에 집중 공습과 포격을 했다”며 “상대적으로 지상 공세 작전은 적었다”고 밝혔다. 돈바스 전투가 확대되고 있지만, 원거리에서 진행되는 공습과 포격 위주라는 것이다.
ISA는 러시아가 병력이나 장비 증원, 물류 지원을 계속하는 모습도 관측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면전 준비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ISA는 러시아가 대규모 공격 작전을 위한 사전 작업을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다며 “열쇠이오 전투에서 철수한 병력을 재편성해 동부에서 새로운 공세를 준비할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5월 9일 전승기념일까지 목표를 달성하려고 성급한 공격을 요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작전 성공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SA는 “우크라이나군은 마리우폴에 있는 아조우스탈 철강 및 강철 공장을 계속 방어하고 있지만, 러시아 관리와 언론은 이미 마리우폴과 그 인근에 모여 있다”며 “전투가 계속될지와 관계없이 향후 승리를 선언할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작전의 다음 단계를 시작했다”며 “동부 우크라이나 작전은 도네츠크 및 루한스크 공화국의 해방을 완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군사당국도 이날 브리핑에서 “돈바스 통제선에 대한 러시아군의 포격과 공습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수많은 진격 시도를 격퇴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은 “러시아가 마리우폴에서 저항을 진압하지 못하고, 무차별 공격을 가해 민간인에게 피해를 준 것은 원하는 만큼 빨리 무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서방 동맹은 우크라이나에 전투기 등 추가 군사지원을 제공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가 공군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투기와 그 부품들을 받았다”며 “(공군력 지원은)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들로부터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제공된 전투기 종류나 지원 국가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커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는 현재 2주 전보다 더 많은 전투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의 항공기 수요에 도움이 되는 일부 추가적인 예비 부품의 환적을 도왔지만, 온전한 항공기를 수송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폴란드는 자국이 보유 중인 구소련 전투기 미그-29 지원을 밝히며 미국에 수송을 요청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절했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지원을 밝힐 예정이라고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주 155mm 곡사포 18대와 포탄 4만 발, Mi-17 헬기 11대, M113 장갑차 200대, 대전차 드론 스위치블레이드 300대,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500기 등 8억 달러 군사지원을 시작했다. 외신은 이번 추가 지원도 이와 비슷한 규모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뉴햄프셔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대포를 보낼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도 “우크라이나가 추가적인 무기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이를 충족하기 위해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주요국 정상과 대러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논의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과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등이 참여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