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애크먼을 최고경영자(CEO)로 둔 미국 헤지펀드 퍼싱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 주식 전량을 손절매(손실을 확정하는 매도)했다. 이 헤지펀드가 최근 3개월간 입은 손실은 4억3000만 달러(약 5300억원)로 추산된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시간) “퍼싱스퀘어가 이날 고객에게 발송한 서한에서 넷플릭스 지분 310만주를 전량 매도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애크먼 CEO는 지난 1월 26일 트위터에 “넷플릭스 주식을 급락 직후부터 매수하기 시작했다. 장기적으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310만주를 사들였다”고 알렸다. 넷플릭스는 이보다 엿새 전인 같은 달 20일 나스닥 본장을 마감한 뒤 시간 외 매매에서 감소세로 바뀐 지난해 4분기 신규 구독자 수를 발표하고 주가가 20% 이상 쓸려나가는 쓴맛을 봤다.
당시 본장까지 500달러를 웃돌던 주가는 400달러 붕괴 직전까지 떨어졌다. 폭락 직전의 주가도 이미 지난해 11월 16일 도달한 고점(700.99달러)에서 겨울 조정장을 겪으며 30%가량 빠진 수준이었다.
애크먼 CEO는 당시의 넷플릭스 주가 폭락을 ‘과매도’로 판단했다. 애크먼 CEO는 ‘가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CEO에 비유될 만큼 좋은 안목과 판단력을 가져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헤지펀드계의 거물이다. 애크먼 CEO가 트위터에 매수를 알렸던 날, 넷플릭스의 마감 종가는 359.7달러였다.
애크먼 CEO의 기대와 다르게 넷플릭스 주가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그렇게 3개월을 보내고 올해 1분기 ‘어닝 시즌’(실적 발표 기간)을 맞이한 지난 19일, 넷플릭스는 시간 외 매매에서 구독자 수 20만명 감소를 발표하고 또 한 번의 주가 폭락을 겪었다.
넷플릭스 주가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당일 애프터마켓 마감까지 무려 23.44%나 떨어졌다. 하루 뒤인 이날 나스닥에서 낙폭을 확대해 226.19달러까지 밀렸다. 이는 지난해 11월 고점과 비교하면 32.3% 수준이다. 불과 5개월 사이에 3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애크먼의 ‘매수’ 트윗이 작성된 날과 이날의 넷플릭스 마감 종가를 비교한 낙폭은 35% 이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퍼싱스퀘어의 최근 3개월 넷플릭스 투자 손실을 4억3000만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애크먼 CEO는 이날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넷플릭스의 사업을 이해하기 쉽지만, 최근 상황으로 볼 때 이 회사의 미래를 충분하게 전망할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