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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에 간 떼주고 이혼 대신 새 생명 품고…‘통큰 믿음’


“너랑 더 이상 못살겠다.”
코로나 팬데믹이 이어지던 지난해 여름, 권성현 집사는 남편의 한마디에 멍해졌다. 결혼 8년차 맞벌이 부부는 이렇게 첫 위기를 맞았다. 부부 갈등의 원인은 아이들 보육문제였다. 남편은 ‘코로나가 심하니 아내가 집에서 아이들을 돌봐줬으면 좋겠다’는 주장을, 아내는 ‘긴급보육 프로그램을 활용하자’는 쪽이었다. 남편은 아내를 무책임한 엄마로 치부했고, 아내는 남편에게 많이 서운했다.

‘해지기 전 화해하라’는 성경 말씀도 떠올랐지만 냉랭한 분위기는 한달 보름이나 이어졌다. 어느 날, 남편은 ‘미안하다, 고맙다’는 카드와 함께 꽃을 건넸다. 시큰둥하던 아내는 남편이 내민 손을 결국 받아들였다. 하나님은 화해의 선물에 보너스를 얹어주었다. 권 집사의 임신 소식이었다. 그는 ‘첫 출산때 수혈을 받으며 쌍둥이를 낳았는데, 마흔 여섯에 셋째를 또 낳을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섰다. 하지만 권 집사의 가정은 쌍둥이들과 함께 다음 달 태어날 ‘방글이(태명)’ 맞이를 앞두고 매일 저녁 두 손을 모으고 있다.

권 집사 가정 이야기는 서울 충신교회(이전호 목사)가 지난 부활주일 성도들에게 배포한 간증집 ‘회복의 은혜’에 실렸다. 111쪽 짜리 소책자에는 2년여의 코로나 팬데믹 동안 성도들이 일상 속 고난의 현장에서 써 내려간 치료·기적·희망·사랑·감사 등을 녹여낸 ‘통큰 믿음’의 이야기들이 넘친다.


코로나19가 막 퍼져나가던 2020년 2월, 김연희 집사는 ‘이제 좀 쉬고 싶다’며 25년간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정리했다. 비슷한 시기, 김 집사의 시어머니 이정희 명예권사는 간경화가 심해져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간이식 외에는 살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아, 하나님은 왜 이런 질병과 고통을 주셨을까.’ 온 가족이 매일 한 마음으로 기도하던 중 며느리 김 집사가 가족들에게 선언했다. “내가 검사를 받겠어요.” 시어머니에게 간을 떼주고 싶다는 선언이었다. 두 달 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동시에 수술대에 올랐고,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 김 집사는 직장 생활을 하며 교회 유치부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 권사는 며느리를 도와 집안일을 할 정도로 건강이 회복됐다. 서재혁 안수집사의 고백이다. “아내의 몸에 남은 수술 흔적을 볼 때마다 그 안에 감춰진 희생과 사랑, 우리 가정에 주신 하나님의 평안과 계획하심에 늘 감사할 뿐입니다.”

최은진 권사는 1차 백신을 맞고 5개월간 어지럼증과 매스꺼움 등 지독한 후유증과 사투를 벌였다. 그때 교회 환우사역팀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최 권사 아프다는 얘기 들었어. 우리 팀원들이 기도해줄게.”

교회 중보기도팀의 응원과 함께 그는 또 다른 처방전을 받았다. “특별 새벽부흥회때 주신 목사님 말씀으로 신약과 구약이라는 ‘약’을 받았습니다.” 그 가운데 ‘그가 채찍을 맞음으로 너희는 나음을 얻었나니(벧전 2:24)’라는 말씀이 특효약이었다. 최 권사는 지금 ‘기도의 빚’을 갚기 위해 교회 환우사역팀에서 봉사한다.

간증집에는 암흑 속을 걷는 이들의 담대한 고백도 있다. 치유와 회복의 하나님과 더불어 고통 가운데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김지현 집사의 남편은 오랜 준비 끝에 여기저기 빚을 내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매월 1000만원씩 적자가 쌓였다. 현재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김 집사는 “하나님은 언제나 나의 하나님이다. 어려울 때는 안 계시고 기쁘고 좋을 때만 계시는 그런 선택적 하나님이 아니다”면서 “말씀은 현실의 ‘회복’이 아닌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다. 지금까지 지켜주신 하나님 은혜에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원영신 권사는 ‘천사같은 엄마’ 권옥묘 집사를 2020년 겨울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권 집사의 일생은 기도 인생이었다. 매일 새벽 기도의자에 앉아 목회자와 성도 등 250명을 위해 기도했는데, 가족과 성도들은 그의 믿음을 되새기며 많이 그리워했다.

권 집사는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깨달았다. “‘회복의 은혜’는 어머니가 치유되어 다시 이전과 동일한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믿었어요. 하지만 진정한 회복의 은혜는 상황을 뛰어넘는 믿음으로 사랑과 기쁨과 평안을 누리는 것이었습니다. 삶과 신앙이 일치했던 어머니를 통해 우리 집안의 다음 세대가 세워지는 축복이 바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회복의 은혜였습니다.”

이전호 목사는 20일 본보 통화에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주님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교인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면서 “구전은 잊혀지거나 사라지지만 문자는 대를 이어 남겨줄 수 있다. 간증집을 통해 다양한 삶과 현장에서 일하시고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하기 소망한다”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유경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