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총리가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 앞에서 “장애가 없는 것이 축복”이라고 말해 지탄의 대상이 됐다.
여당인 자유당을 이끄는 스콧 모리슨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열린 앤서니 알바니스 노동당 당수와의 토론회 도중 국가장애보험제도(NDIS)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발언했다고 BBC, ABC 등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자폐아를 키우고 있는 여성은 토론회에서 “현 정부에서 NDIS 지원이 삭감됐다는 얘기가 많다”며 “(이런 이유로) 아이들에게 최고의 미래를 위해서는 노동당에 투표해야 한다는데, 총리가 계획하는 NDIS의 미래가 무엇인지 말해달라”고 했다.
이에 모리슨 총리는 “아내와 나는 축복 받았다(blessed)”며 “우리에겐 장애가 없는 두 아이가 있어 그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이어 “나로선 장애아를 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수밖에 없고, NDIS 제도가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됐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총리의 ‘축복’ 발언에 야당은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자폐증을 지닌 딸을 둔 케이티 갤러거 노동당 상원의원은 “그들(자유당)이 항상 보이는 반응”이라고 꼬집었다. 휠체어 장애인인 조던 스틸-존 녹색당 상원의원도 “장애인을 해고하고 권한을 박탈하는 이 정부는 이제 끝이다”고 맹비난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결국 모리슨 총리는 21일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내 발언이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것을 인정한다”며 “장애아를 둔 부모가 직면한 어려움을 직접 이해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하려다 그런 말이 나왔다”고 해명했다. 이어 “하지만 말을 전달하는 방식이나 그것이 반대 진영에서 해석되는 방식에 있어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며 사과했다.
자칫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한 여당은 모리슨 총리 엄호에 나섰다. 자폐 아들을 둔 홀리 휴스 자유당 상원의원은 “특정 단어에 초점을 맞추면서 실질적인 문제의 요점을 놓치고 있다”며 “(해당 발언은) 장애아를 둔 가족과 아이들을 짐으로 본다는 것이 아니라 추가 어려움이 남아 있다는 인식”이라고 두둔했다.
호주는 다음달 21일 총선을 앞두고 있다. BBC는 “여론조사 결과 야당이 우세한 상황에서 총리의 이번 발언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짚었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