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라에서 사용하는 공식명칭을 제대로 부르지 않으면 큰 실례."
우리가 흔히 북한으로 호칭하고 있는 북쪽지역의 같은 민족은 유달리 나라 이름에 대해 예민하다.
제19회 항조우 여름 아시안게임이 중반전으로 접어들며 열기를 더하는 가운데 북한 여자농구팀이 대한민국 취재진의 '북한' 호칭에 격렬히 반발하며 공식 기자회견 질문 대부분을 퇴짜놓았다.
해프닝은 정선민 감독의 한국 대표팀이 지난 29일 조별리그 2차전에서 북한을 81-62로 꺾은 직후 벌어졌다.
경기직후 북한 정성심 감독은 "5년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으로 대회에 임했었는데 또다시 한국과 한팀이 될 기회가 생긴다면 어떨 것 같은가"라는 외국기자의 첫 질문부터 대답하지 않았다.
이어 한국 취재진이 "'북한'이 모처럼 국제대회에 나왔는데 중국 음식이 입맛에 맞는지?"라고 질문하자 사단이 났다.
정감독이 또 함구한 가운데 북측 관계자가 끼어들며 "우리는 북한(North Korea)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다. 국명을 잘못 부르는 것은 아주 큰 결례다. 여긴 아시안게임이고 나라마다 공식 명칭이 있다. 정확한 나라 이름을 말해야 한다"고 한국 기자들에게 호통을 쳤다.
예전에 종로 시사학원에서 일본어 강의를 맡았던 다네오 가츠미 강사는 "일본의 대표적인 국영방송국인 NHK에서도 뉴스때마다 아나운서들이 북측 호칭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띄어쓰기 없이 길게, 완전히 말한다. 그러지 않으면 외교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덕분에 일본땅에서 북한의 정식 국명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고 심지어 대한민국을 '남조선'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일본인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김정은의 사진이 인쇄된 신문으로 신발을 쌌다가 고문당해 숨진 버지니아대 오토 웜비어의 경우처럼 북한에서는 국명과 김씨일가를 모독하는 모든 행위에 굉장히 엄격하다.
만일 공개석상에서 잘못된 명칭을 듣고도 가만있을 경우 평양으로 돌아간뒤 당국으로부터 "애국주의와 당성이 부족하다"며 어떤 처벌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북한의 선수단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언젠가 남북한이 통일되어 영어(KOREA)-한글(대한민주공화국) 명칭이 하나로 통합될 때까지 이처럼 '서글픈 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