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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서 연 11억씩…‘친푸틴’ 슈뢰더 獨 전 총리 뭇매


친러시아 성향으로 알려진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러시아 국영기업 등과의 관계를 통해 매년 11억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로 인한 독일 내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유감표명도 하고 있지 않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23일(현지시간) NYT에 따르면 슈뢰더 전 총리는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연결하는 ‘노르드스트림’ 가스관 운영사의 주주위원장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서 1년에 27만 달러(3억4000만원)를 받고 있다.

이는 슈뢰더 전 총리가 재임 기간 맺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분 덕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푸틴 대통령의 개인적 설득 덕분에 슈뢰더 전 총리가 주주위원장 자리를 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프로젝트가 취소된 ‘노르드스트림2’ 파이프라인 운영사에서도 감독위원회 위원장으로 앉아 있다.

이와 별개로 2017년부터는 러시아 정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이사장직도 맡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간 60만 달러(7억5000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3주 전에는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이 슈뢰더 전 총리를 자사 이사로 내정했다는 발표도 있었다. NYT는 슈뢰더 전 총리가 이 자리를 받아들였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슈뢰더 전 총리가 러시아 기업으로부터 받는 임금은 공개된 것만 87만 달러(약 11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NYT는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재임하며 이라크전 파병을 거부하고, 이민자들에게 시민권 확보 길을 열어주는 등 성과를 낸 슈뢰더 전 총리가 러시아 에너지 업체와의 이 같은 유착 의혹 때문에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소속

슈뢰더 전 총리의 고향 하노버시는 명예시민 자격 박탈하려 했다. 이에 슈뢰더 전 총리는 먼저 이를 반납했다. 하노버는 아돌프 히틀러가 사망한 후 명예시민 자격을 박탈한 적이 있다.

슈뢰더 전 총리가 응원해 온 축구클럽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도 푸틴 대통령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를 요구했다. 슈뢰더는 클럽 멤버십 탈퇴하는 선택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슈뢰더는 NYT와 인터뷰에서 러시아 기업에서 주요자리를 맡은 것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과 거리를 두라는 안팎의 요구에 대해서도 “이제 와서 푸틴을 멀리하는 것은 전쟁을 끝낼 단 한 사람과의 신뢰를 잃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러시아 같은 나라를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오랜 기간 고립시킬 수는 없다”며 “독일은 러시아의 자원이 필요하다. 원유·가스뿐만 아니라 희토류 등 대체 불가능한 자원도 많다. 전쟁이 끝나면 다시 러시아와 거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슈뢰더 전 총리는 그러면서 “나는 언제나 독일의 이익을 위해 일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걸 했다. 적어도 한쪽은 나를 신뢰한다”고 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