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항구도시인 마리우폴의 항전 거점인 아조우스탈 제철소 지하에 피신 중인 민간인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가방위군 특수부대 아조프 연대는 유튜브 채널 ‘AZOV media’를 통해 “세상은 잊었지만, 아조프는 아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는 아조우스탈 제철소 내부 지하로 피신한 여성, 어린이 등의 모습이 담겨있다. 여러 명의 아이가 옷, 임시 침대 등으로 둘러싸인 채 숙제를 하거나 색칠 놀이를 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영상이 지난 21일 촬영된 것으로 추정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한 여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틀째가 되던 2월 25일 이후 50여 일간 지하에서 지냈다고 소개했다. 그는 “15명의 아이와 어린이가 제철소 지하 터널에 살고 있다”며 “우리가 가져온 식량이 바닥나고 있다. 곧 우리는 아이들을 위한 충분한 음식조차 얻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기에 있으며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는 사건의 진원지에 있기에 빠져나갈 수가 없다”며 “아이들도 평화로운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해달라고 간청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아이들의 생명과 치료를 해야 하는 어르신의 생명을 걱정하고 있다”며 “건강과 기력이 고갈되고 있다. 포격이 없는 날은 단 하루도 없으며 심지어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무서워한다”고 덧붙였다.
이 지하 공간에서 몇 주 간 생활을 했다는 한 소년은 다시 햇빛을 보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마리우폴 최후의 항전지인 아조우스탈에는 아조프 연대 등 우크라이나군 약 2000명이 민간인 1000여 명을 보호하면서 미로 같은 지하에서 저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이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마리우폴에서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사실상 점령했다는 선언을 하며 “파리 한 마리도 지나가지 못하도록 하라”고 봉쇄 명령을 내렸다.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친러 분리주의 반군의 거점인 루한스크·도네츠크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두 지역 간 육로 연결을 위해 이곳을 핵심 공략지로 낙점했다.
마리우폴에는 아직 10만명 이상의 민간인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민간인들을 정부가 장악하고 있는 자포리자로 대피시키고 있다. 하지만 호송차들은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는 도시들의 군사 검문소를 통과하기 때문에 대피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