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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열린 노동자 우위 시장… 美 노동운동 부활하나


미국 버지니아주 폴스처지 스타벅스 매장에 노동조합이 설립된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실시된 노조 결성 투표는 ‘찬성 30, 반대 2’로 가결됐다.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가 이를 공식 승인하면 폴스처지 스타벅스 점은 버지니아주에서 결성된 6번째 조합 매장이 된다. 매장 바리스타 애쉬 뮬리스는 “역사적인 날이다. 미국 노동의 미래가 우리 손에 달려 있으며,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아이다호주 트윈 폴스 지역 스타벅스 직원들은 호워드 슐츠 CEO에 노조결성 신청을 알리는 공문을 보냈다. 노조 조직가 잭 다블라는 “지금의 스타벅스는 노동자의 권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공정한 노동이 스타벅스에서 실현돼야 함을 믿기에 노조를 조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노동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면서 미국에서 노동운동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스타벅스, 아마존 등 대기업들의 무노조 경영 방침이 깨지기 시작했고 애플, 블리자드 등 IT기업 직원들도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파업으로 임금 인상이나 복지 확대 등 근로조건 개선을 따내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미국에서 노조 결성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세계 최대 커피 체인 스타벅스다. NLRB가 지난해 12월 뉴욕주 버펄로 지역 스타벅스 매장의 노조 결성을 승인하면서 50년 무노조 경영이 깨졌다. 물꼬가 터진 이후 노조 결성 움직임은 전국으로 확산 중이다. 스타벅스 노조에 따르면 현재 200여개 매장이 노조 설립 신청을 진행 중이고, 이미 노조 결성안이 통과된 지점도 24~28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는 지난주에만 5개 매장에서 노조 설립 투표가 가결됐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마리앤 윌리엄스 전 민주당 대선후보 등 거물급 진보 정치인들은 환영 성명을 발표하며 지지를 보냈다. 앞서 아마존도 지난 1일 뉴욕시 스테이튼아일랜드 아마존 물류창고 직원들이 투표로 노조결성을 결의하면서 28년 무노조 경영이 무너졌다.

NLRB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2022 회계연도 첫 6개월 동안 제출된 노조 결성 신청은 1174건으로 전년 동기(748건) 대비 57% 급증했다. 같은 기간 NLRB에 접수된 불공정 노동 고발 건수도 7255건에서 8254건으로 14% 늘었다. 노동자들이 기업들의 노조탄압에 저항, 분쟁조정이나 고발을 진행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이다.

미국 노동운동의 확산은 코로나19가 가져온 노동환경 변화와 관계가 깊다. 기업들이 구인난에 시달리면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삶의 질에 대한 노동자 관심도 깊어졌다. 인플레이션은 임금인상이나 복지 확대 요구를 높이고 있다.

에릭 루미스 로드아일랜드대 부교수는 “아직은 초기 움직임이지만, 노동자들이 더 많은 승리를 거둔다면 미국에서 ‘노조화 물결’이 일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