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를 반대해온 중국이 제재로 인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중·러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은 중국에 대러 제재의 우회로를 제공하지 말라고 경고해왔는데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장한후이 주러 중국 대사는 최근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 인터뷰에서 “미국과 서방의 러시아 제재는 중·러간 실질적인 협력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제재로 야기되는 무역 결제, 물류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양국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에너지 분야를 콕 찍어 “중·러 협력에서 가장 중요하고 실질적이며 광범위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수입을 늘리겠다는 말을 명시적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장 대사는 또 “중국은 양국간 무역, 투자에서 현지 통화 결제 확대를 지원하고 양국의 인프라와 금융 기관이 충분히 역할을 발휘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 중앙은행이 각자의 국가 지불 시스템을 사용하는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러시아에서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와 곡물을 주로 수입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달 러시아에서 수입한 상품 규모는 8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전달보다 13%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는데도 충돌 당사자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식으로 러시아 입장을 두둔해왔다.
유럽연합(EU)이 추진하려던 러시아산 석유 수입 중단 추가 제재는 헝가리 반대로 난관에 부닥쳤다. EU 27개 회원국은 지난 8일(현지시간) 회의를 열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패키지를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는 향후 6개월간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중단하고 내년 1월까지 정제유 수입을 중단하려 했지만 헝가리가 반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EU 차원의 제재를 집행하려면 회원국 전체 동의가 있어야 한다.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 “우리는 지금까지 제재 패키지에 찬성해왔지만 최신 제재안은 헝가리의 에너지 안보를 무너뜨릴 것”이라며 “제재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헝가리는 전체 석유 수입의 약 65%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4연임에 성공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EU 내에서 친러시아 성향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