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의 의무이자 근본을 가리키는 '5개 기둥' 중 하나인 금식성월 라마단이 오늘(10일) 이슬람권 대부분에서 시작됐다.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어제 저녁 메카에서 초승달이 관측됐다며 오늘이 라마단의 첫날이라고 밝혔다.
곧이어 시리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이라크 등도 같은 날 금식성월이 시작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LA한인타운 벌몬 길에 위치한 남가주 이슬라믹 센터에서는 오늘 저녁 8시, 라마단 시작을 알리는 행사가 열린다.
라마단은 이슬람의 사도 무함마드가 경전 쿠란을 계시받은 일을 기리는 신성한 달로 여겨진다.
29일 안팎인 라마단엔 일출부터 일몰 시까지 음식은 물론 물도 입에 대지 않는다.
흡연과 성관계뿐 아니라 껌 씹기까지 자제하는 금욕의 시간을 보내며 하루 5번의 기도를 여느 때보다 엄격히 지킨다.
이 기간 관광, 사업차 이슬람권을 방문한다면 무슬림이 아니더라도 외부에서 식음을 삼가야 한다.
대신 해가 지면 가족과 지인, 어려운 이웃 등을 초청해 함께 저녁을 먹는데 이렇게 금식을 깨는 식사를 이프타르라고 한다.
이프타르가 끝나면 심야까지 외출하기도 한다.
올해(2024년) 라마단은 축제와 감사가 아닌 5개월째 이어진 전쟁과 긴장 속 휴전 재개 없이 시작됐다.
이번 라마단이 자칫 확전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신들은 통상 라마단 기간 거리 곳곳에 내걸리던 축제 장식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팔레스타인 지역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고 전했다.
동예루살렘 지역사회 지도자 아마르 시데르는 "올해 우리 아이들과 장로들 그리고 순교자의 피를 기리기 위해 구도심을 장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긴장이 가장 첨예하게 고조되는 곳은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이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에서 라마단 기간 팔레스타인 안팎의 모든 전선에서의 대결과 시위, 알아크사를 향한 집결을 촉구했다
이에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회의를 열고 라마단 대비 태세를 점검했다.
또한 이스라엘은 성지 알아크사 사원 주변 골목에 수천 명의 경찰을 배치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무슬림은 라마단에 성소 알아크사 사원에서 기도하는 일을 매우 성스럽게 여기기 때문에 이곳에 대규모로 모일 가능성이 큰 만큼 신앙적으로 고양된 팔레스타인 주민과 이스라엘 군경과 유혈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
특히 무함마드가 쿠란을 계시받은 '권능의 밤' 기간인 라마단 마지막 열흘에 철야 기도를 위해 알아크사에 오려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더 많아지게 되면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연중 가장 축복해야 할 라마단을 전쟁의 공포와 기아 속에 보내야 할 처지다.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피란 생활 중인 다섯 아이의 엄마 마하는 "지난 5개월 동안 '단식'을 했기 때문에 라마단을 맞이할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