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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형사재판소, EU와 전쟁범죄 혐의 합동수사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이 유럽연합(EU)과 함께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혐의에 대한 합동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AFP통신 등 서방 언론들은 카림 칸 ICC 검사장이 우크라이나와 리투아니아, 폴란드 검찰총장들과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쟁범죄 및 반(反)인도주의 범죄 혐의에 대해 합동수사에 나서기로 하는 협정에 서명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2년 설립된 ICC가 타국과 합동으로 수사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U의 사법협력기구 유로저스트는 성명을 통해 “ICC 검찰이 우크라이나에서 자행된 핵심적인 국제범죄 혐의들에 대한 합동수사단(JIT)에 참여할 것”이라면서 “이번 협정은 유관국에서 수사와 기소를 가능케 하고, ICC 법정에 세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ICC는 “우크라이나에서 자행된 핵심적인 국제범죄에 대한 증거를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책임자를 재판에 회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JIT 당사국들과 ICC 검찰이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칸 검사장도 합동수사 결정에 대해 “기념비적 조치”라면서 이번 협정으로 합동수사단의 자료수집 능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칸 검사장은 지난 13일 러시아군의 민간인 집단학살이 자행된 ‘부차의 비극’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수도 키이우 인근의 부차 이외에도 수많은 우크라이나 도시와 마을에서 러시아군의 잔혹한 전쟁범죄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남부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이다. 이번 전쟁이 시작된 지난 2월 24일 이래 이 도시는 두 달 이상 지속된 러시아 측의 무차별 폭격과 시가전으로 시민 2만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된다. 마리우폴은 전체 건물의 90% 이상이 전파돼 도시 자체가 폐허로 변한 상황이다.

마리우폴 외곽에선 대규모 집단매장지가 위성사진에 포착돼 러시아군이 민간인 집단학살을 숨긴 정황도 드러났다. 외곽의 공동묘지 근처에서 시신 9000구를 매장할 수 있는 규모의 구덩이가 발견된 것이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