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마다 기독교서적 코너를 찾는 이들은 저마다 ‘목마른’ 사람이었다. 하나님을 더 깊이 알고 싶어서, 주일 설교를 좀 더 잘 알아듣고 싶어서 책을 펴는 이들이 많았다. 대형 서점에 마련된 종교서적 매대는 한산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속도로 확산된 온라인 구매 영향 탓이다. 기독교서적을 찾는 사람 중에는 ‘성경’을 찾는 이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국민일보는 지난 24일부터 이틀간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를 비롯해 영풍문고, 알라딘 등 서울시내 대형 서점 7곳의 기독교 코너를 둘러봤다.
지난 25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 있는 교보문고 강남점 기독교 서적 코너는 썰렁했다. 평상시 같으면 점심 식사를 마친 이들로 북적이던 분위기와 딴판이었다. 인근의 천주교, 불교 코너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현장에서 만난 목회자 이왕재(41)씨는 “신학서적에 관심이 많은데, 책 구매는 주로 온라인으로 한다”고 말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직후인 2020년 상반기부터 온라인(웹·모바일) 매출이 오프라인 영업점 매출을 앞질렀다. 이 같은 영향 때문인지 현장에서는 온라인에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박지혜 영풍문고 과장은 “기독교를 포함해 종교서적 판매는 전체 매출의 1% 안팎 수준이고, 코로나 이후 종교서적 매출이 줄었다”면서 “종교서적의 경우 매대 없이 (책장 형식의) 서가로만 구성해 영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독교 코너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다녀간 곳은 ‘성경’ 판매대였다. 어머니에게 큰 글자 성경을 선물하는 사람, 마음의 안정을 위해 성경을 구입하는 이도 있었다. 7세 아들과 함께 서점을 찾은 초등학교 교사 김성일(41)씨는 “요즘 관심 있는 책으로는 성경과 성경주석, 스터디바이블”이라고 말했다.
성경에 대한 관심은 남녀노소 구분이 없었다. 영풍문고 여의도IFC몰점에서 만난 함상준(84)씨는 “‘스토리텔링 성경’ 시리즈 신간을 사러 왔다”면서 “20대 손녀가 넷인데 선물하려고 한다. 성경을 쉽게 풀이해줘서 좋다”고 귀띔했다.
기독교 신자인 김모(70)씨도 지금 갖고 있는 성경이 무겁다면서 네 살짜리 손자가 잠들기 전에 읽어줄 성경을 사러 왔다고 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기독교서적 담당자는 “전체적으로 보면 스테디셀러와 성경이 꾸준히 팔리는데, 성경을 찾는 고객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직접 두 발로 서점을 찾은 이들에게는 저마다 사연이 있었다. 직장인 선명은(46)씨는 “회사 업무 스트레스로 반차를 내고 왔다. 회사에서 어떻게 기독교인으로 일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는데, 마침 ‘일과 영성’이라는 책을 찾았다”고 했다. 30대 중반의 김모씨는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교회에 나가지 못해 좀 불안했다”면서 “믿음을 유지하기 위해 가끔씩 신앙서적을 찾는다”고 했다.
요즘 많이 읽히는 신앙서적은 뭘까. 4월 넷째 주 기준으로 베스트셀러 코너엔 지난 2월 말 별세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저서들이 베스트 5위 안에 오르내렸다. ‘지성에서 영성으로’ ‘먹다 듣다 걷다’ 등이다. 이 전 장관의 책은 기독교 분야 외에 인문 분야에서도 상위권을 달리고 있었다.
3대 서점의 온·오프라인 기독교서적 1위는 각각 교보문고 ‘위대한 결혼’(김양재), 영풍문고 ‘아주 특별한 부르심’(이에스더·장덕봉), 알라딘(온라인) ‘크리스천 베이직’(김동호), 알라딘(오프라인) ‘5가지 사랑의 언어’(게리 채프먼) 등이다.
박이삭 서은정 유경진 인턴기자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