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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대신 오바마에 걸었던 해리스.. 오바마, 16년만에 '보답'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미국 역사를 다시 써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오늘(20일)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 '대관식'인 민주당 전당대회에 지원 출격하며 20년간 이어져 온 두 사람의 각별한 인연에도 관심이 쏠린다. 

퇴임 후에도 미국 민주당 진영의 구심점이 돼온 오바마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국면에서 '보이지 않은 손'으로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시선을 받아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의 중도하차 이후 한동안 뜸을 들이다 지난달 26일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와 함께 공개 지지를 표명해해리스 부통령의 후보 확정에 사실상 쐐기를 박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오는 11월5일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두번째 흑인 대통령이자 첫번째 흑인 여성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뉴욕타임스(NYT)은 이날 '오바마-해리스의 우정의 뒤편:핵심적 지지와 동류 의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지지 연설을 통해 2008년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해 준 해리스 부통령에게 은혜를 갚는다고 보도했다.

NYT는 한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세였던 지난 2008년 대선 레이스에서 오바마를 밀기로 한 해리스의 결정은 정치적 모험이었고, 성공했다며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를 결코 잊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전당대회 연설을 위해 3개월 전부터 준비를 할만큼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달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후보에서 사퇴하며 그 내용을 수정해야 했지만, 새로 등판한 해리스 부통령은 무려 20년간 오바마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아 온 각별한 사이라고 NYT는 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인연은 20년 전인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시 검사장이었던 해리스 부통령은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모금 행사를 여는 것을 도와주며 인연을 맺었다.

백인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정계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혼혈 정치인인 두 사람은 빠르게 유대감을 형성해 나갔다.

비슷한 정치적 지향점을 공유하고 있던 두 사람은 2008년 대선에 출마한 오바마 전 대통령을 해리스 부통령이 지지하면서 한층 더 깊은 신뢰 관계를 쌓게 된다.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상대였던 클린턴 전 장관은 당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유력 대권 주자로, 젊은 상원의원이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이 경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보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당내 대세 여론에 반해 오바마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으며, 첫 흑인 대통령을 노리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도전이 갖는 의미를 적극적으로 대변하며 선거 기간 내내 든든한 조력자를 자임했다.

이러한 행보는 결과적으로 이후 해리스 부통령이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데에도 큰 발판이 됐다.

그 해 대선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승리를 거머쥐자 그를 지지한 해리스 부통령의 입지도 덩달아 올라갔고, 일각에서는 그를 '여자 오바마'라고 칭하며 주목하는 시선도 늘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CA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 선거에 도전해2011년 선출됐다.

당시 해리스 부통령의 법무장관 선거 유세를 진행한 브라이언 브로커는 NYT에 당시 "오바마 후광이 있었다. 그가 해리스 부통령에게 빛을 비춰줬다"고 말했다. 

이후로도 오바마 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해리스 부통령이 "매우 똑똑하다"면서 그를 높이 평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최초의 흑인·아시안 및 여성 부통령이 된 이후에도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그에게 정치적 조언을 제공하며 지원군이 돼줬다고 NYT는 전했다.

이번에 첫 유색인종·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달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를 결정한 당일 전화를 건 100여명 중 3∼4번째로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 만큼 그와 각별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오바마 전 대통령의 참모들을 이번 대선캠프의 핵심 책임자로 대거 영입하기도 했다.

NYT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들과 같은 다양한 인종·문화적 배경을 지닌 이들이 성장하는 것이 미국의 강점을 보여준다는 신념에 기반한 정치적 관점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두 사람 모두 미국인들이 정치적 차이를 넘어 서로 간에 문화적 가교를 짓도록 돕는 데에 정치적 경력을 바쳤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