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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약탈 러시아, 고대 스키타이인 황금장신구들도 훔쳐


“흰색 실험복을 입고 특수 장갑을 낀 남자가 긴 핀셋을 가지고 2300년 이상 된 스키타이인의 금 장신구 수십 점을 조심스럽게 꺼내 갔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멜리토폴의 한 박물관에 전시됐던 고대 스키타이인의 황금 장신구 등 값비싼 유물을 약탈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반 페도로우 멜리토폴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영상을 통해 러시아가 박물관에서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비싼 소장품으로 꼽히는 스키타이인의 황금 장신구들을 약탈했다고 주장했다.

레일라 이브라히모바 멜리토폴 지역사 박물관 관장은 “우리가 가장 걱정했던 건 스키타이인의 금 장신구였다. 그 수집품들은 값을 매길 수 없다”고 NYT에 말했다. 기원전 7세기 이후 흑해 연안 초원지대에 등장한 유목민족 스키타이인은 황금을 숭배한 ‘황금 문명’의 민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브라히모바 관장과 다른 직원들은 멜리토폴을 점령한 러시아군이 이를 발견하지 못하도록 지하실에 유물을 숨긴 후 러시아군의 통제를 받지 않는 지역으로 피신했다. 이후 러시아군은 박물관 관리인을 협박해 유물의 위치를 알아내려 했으나 실패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새 관장으로 임명한 이브게니 골라체우라는 이름의 우크라이나인의 도움으로 유물을 찾았다고 NYT는 전했다.

이브라히모바 관장은 최소 198개의 유물이 도난당했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스키타이인의 황금 공예품들뿐만 아니라 고대에 사용된 희귀한 무기, 300년 된 은화 등도 약탈됐다.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도 유물 약탈 소식이 전해졌다. 마리우폴 시 당국에 따르면 아르히프쿠인지 미술관을 포함한 3곳에서 19세기 유명 화가의 작품, 1811년 제작된 복음서, 우크라이나 정교회 유물 등 2000점 이상의 유물이 도난당했다.

역사가들은 러시아군의 유물 약탈이 우크라이나의 문화유산을 파괴하려는 끔찍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고고학자인 올렉산드르 시모넨코는 NYT에 “삶·자연·문화·산업 등 우리의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것으로 범죄행위”라고 비난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