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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전쟁’ 비난한 러 재벌 “푸틴 행정부가 지분 매각 협박”


우크라이나 침공을 ‘대량학살’ ‘미친 전쟁’이라고 비판한 올리가르히(신흥 재벌)가 블라디미르 푸린 러시아 행정부의 위협 때문에 자신의 자산을 헐값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최대 은행 중 하나인 ‘틴코프 뱅크’ 설립자인 올렉 틴코프는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전화 인터뷰에서 “인스타그램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한 다음 날 푸틴 행정부가 경영진에 연락해 ‘관계를 끊지 않으면 은행을 국유화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말했다.

틴코프는 은행, 보험 등의 지주회사인 TCS 그룹 홀딩의 지분 35%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주 크렘린궁 강요대로 블라디미르 포타닌 러시아 광산 재벌에게 이를 매각했다고 한다.

틴코프는 “가격에 대해 논의할 수가 없었다. 인질극 같았다”며 “협상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매각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생각했던 적정 가치의 3%에 지분을 넘겼다고 말했다. 그의 자산은 지난해 11월 90억 달러 상당에 달했다.

틴코프는 러시아 보안 요원과 접촉한 지인들에게서 “목숨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경호원도 고용했다고 한다.

틴코프는 “푸틴 대통령은 오랫동안 집권할 것으로 예상한다. 러시아는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푸틴 정권이 나쁘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로 재앙적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앞서 틴코프는 지난 19일 인스타그램에 “러시아인 90%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한다. 어느 국가에서나 10%의 멍청이는 있기 마련”이라며 “이 미친 전쟁의 수혜자를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또 “러시아군의 고위급들은 숙취에서 깨어나 보면 자신들의 군대가 빌어먹게도 형편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라며 “족벌주의, 아첨, 비굴함에 빠져 있는 나라에서 어떻게 좋은 군대가 있을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NYT는 “틴코프의 몰락은 푸틴 대통령을 거스르는 러시아 엘리트들이 직면하게 될 결과”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