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금·철(수영로교회 금요 철야기도회)’을 들어보셨는지? 일반인들이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즐길 때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 성도들은 밤 새워 기도하며 ‘영금(영적인 금요일)’을 누린다. 기도 열기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수금철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원정 오는 성도도 있다고 한다. 지난달 22일 열린 기도 콘퍼런스에는 전국에서 사역자 650여명이 참여했다.
29일 금요일 저녁 8시쯤 부산 해운대구 수영로교회 한 출입구에서 이런 문구를 볼 수 있었다. ‘기도로 밤을 뚫는다.’ 그 문구를 지나 교회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트레이닝 복을 입은 청소년, 유모차를 끄는 엄마, 백발 성성한 어르신 등을 교회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밤만 아니라면 주일 예배 직전이라고 생각될 만큼 붐볐다. 예배당 앞 자리는 이미 수 백 명이 모여 있었다.
수영로교회 금철은 밤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시작 1시간 30분 전부터 중보기도팀 300여명이 먼저 기도를 시작한다. 바로 금·철을 준비하는 기도회다. 목회행정을 담당하는 장재찬 목사는 “금철을 위한 ‘예열’ 기도”라고 설명했다. 기도회 직전에 만난 김우진(15)군은 “친구랑 싸우거나 힘든 일이 있어도 금철에서 기도하면 마음이 풀어지고 주일 예배 땐 마음이 평안해진다”고 했다.
찬양과 기도로 1시간 정도 보낸 뒤 10시쯤 이규현 목사가 강단에 섰다. 이 목사는 바로 옆 성도들과 “잘 오셨습니다. 오늘 (은혜 안 받고) 그냥 못 갑니다. 명절 중에 명절입니다”라고 인사하도록 권했다. 청소년, 어르신, 장년 등 여러 그룹은 서로를 위해 박수를 보냈다. 이 목사는 2층을 채운 교복 차림의 중·고교생을 향해 “중간고사 다 끝났어? 잘 쳤는지 물어보진 않을게”라고 하자 다들 까르르 웃었다.
1시간 가량 ‘기도의 핵심원리(마 7:7~11)’를 주제로 설교했다. 이 목사는 “우리는 하나님에게 무엇이든지 구해야 한다. 하나님은 구하면 주신다고 했다”며 “기도가 응답 되지 않는다면 그 기도의 방향이 하나님 뜻과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는 기도를 해야 한다. 결국 우리 기도가 깊어질수록 우리는 하나님 가까이 가게 된다”고 했다.
이 목사가 말을 맺을 때마다 청소년들이 가장 큰 소리로 ‘아멘’이라고 화답했다. 기도회 설교로 1시간은 긴 편이다. 장 목사는 “담임목사님은 말씀이 땔감이고 기도가 불이라고 생각한다. 땔감이 넉넉하고 질이 좋아야 불이 잘 타오르듯 깊은 말씀을 바탕으로 하나님 마음에 합한 기도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설교가 끝난 뒤 조명이 꺼졌다. 참석자는 2500여명. 기도 소리가 서서히 예배당에 차 올랐다.
2층에 있던 청소년들이 강단 앞으로 나와 두 팔을 올리고 서서 통성으로 기도했다. 기도수첩을 펼쳐놓고 한장씩 넘기면서 기도하는 이도 있었다. 강단에 엎드려 기도하는 이들도 보였다. 자리에 앉아 큰 소리로 기도하던 성도들은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기도했다. 두 손을 맞잡고 울면서 기도하는 이들도 보였다.
자정이 가까울 때쯤 예배당을 한바뀌 돌아봤다. 이들의 기도에는 ‘한국교회’ ‘치유’ ‘민족’ ‘전쟁’ ‘다음세대’ ‘평화’ ‘하나님’ 등이 많이 들렸다. 기도는 말씀을 닮아 있었다. 기도회 후 청년부 공미정 성도는 “오늘 여러 순원들과 둘러 앉아 기도했다. 주로 순원들의 기도 제목을 놓고 기도를 많이 했다”고 했다. 자정을 넘긴 시간에도 예배당에는 기도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 교회 표어처럼 ‘기도로 밤을 뚫고’ 있었다.
매주 금·철에 참여하는 김혜옥(72) 권사는 기도의 힘으로 살아왔다. 김 권사는 “집안이 어려워져 거리에 나앉게 된 적이 있었는데 하나님이 내게 ‘내가 너와 함께한다’는 음성을 주셨고 평안을 얻었다. 이후 나는 물질에 초연해졌고 아버지의 아버지 되심을 믿고 신앙생활하게 됐다. 기도 속에 맑게 빛나는 주님의 얼굴을 보는 체험도 했다”고 했다.
이규현 목사는 최근 저서 ‘철야’(두란노)에서 기도할 때 한국교회에 살 길이 열린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 안정감에 취해 현실에 안주하고 그리스도인들이 교회 안에 갇혀 있다”며 “영적 온도를 높이려면 금요 철야기도회를 해야 한다. 기도의 불씨가 남아 있을 때 시작하라”고 했다. 전국 298개 교회는 수금철 온라인 영상을 통해 함께 철야 기도회를 하고 있다.
부산=글·사진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