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한 젊은층의 외면이 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지난 대선 때 든든한 우군이었지만 이제는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지지를 보인다. 임대료 인상, 물가상승, 학자금대출 상환 등의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면서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 공영방송 NPR·PBS와 여론조사업체 마리스트가 1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41%, 부정평가는 51%로 나타났다. 45세 미만에선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각각 35%, 51%로 집계됐다. 반면 45세 이상에선 긍정·부정 평가가 각각 46%, 51%였다.
지지율을 세대별로 분석해보면 젊은층의 이탈이 얼마나 심각한지 더욱 분명히 알 수 있다. MZ세대 37%, X세대 38%, 베이비붐세대 46%, 전쟁세대 55%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 18~34세 연령층에서 60%의 지지를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견인하는 주요 이슈는 경제와 인플레이션 문제다. 그런데 이 문제에서도 젊을수록 분노가 더 컸다. 바이든 대통령이 경제를 대하는 방식에 대해 MZ세대는 31%만 지지를 보냈다. 이어 X세대 39%, 베이비붐세대 46%, 전쟁세대 51% 순으로 나타났다.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느 쪽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더 잘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민주당을 선택한 MZ세대는 14%에 그쳤다. 반면 37%는 공화당을 선택했다. X세대도 민주당 20%, 공화당 44%로 여당에 대한 낮은 기대치를 보였다.
젊은층일수록 경제 악화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정보업체 렌트카페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Z세대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회복되면서 경제가 재개되자 대부분이 취업을 위해 대규모 도시로 이동했다. 보고서는 Z세대가 미국 전역의 임대 신청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전체의 월평균 임대료는 지난 2월 전년 대비 17% 상승했고, 일부 주요 대도시의 경우 임대료가 30% 이상 급증한 곳도 속출했다. 그 피해를 고스란히 Z세대가 떠안았던 셈이다.
민주당은 학자금대출 탕감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역시 올가을 중간선거 때 젊은층 표심을 되찾기 위한 복안이다. 현재 학자금대출 규모는 1조7000억 달러로 채무자만 약 4000만명에 달한다. 이 중 1000만명 정도가 연체 혹은 채무불이행 상태로 알려졌다.
문제는 학자금대출 탕감에 거액의 예산이 필요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데 있다. 공화당은 수혜 대상이 대부분 부유층 엘리트에 속한다고 비판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때문에 선별지원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고소득 미국인을 제외하는 학자금대출 탕감책을 검토 중이지만 이 역시 대출 탕감에 대한 비판을 진정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