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최후 거점인 아조우스탈 제철소가 러시아군의 지속적인 공격을 받으면서 민간인 대피가 지연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친러 성향 채널은 텔레그램을 통해 아조우스탈 제철소 단지의 북쪽 인근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다만 연기가 제철소 자체에서 나는 것인지 인근 지역에서 나는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아조우 대대의 부사령관은 영상 속 연기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은 제철소 자체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CNN에 밝혔다. 보안상의 이유로 제철소의 어느 지역이 공격받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앞서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방어하는 우크라이나군 한 지휘관도 2일 새벽부터 지속적인 폭격에 시달렸다고 밝힌 바 있다.
미하일로 베르시닌 마리우폴 경찰 서장은 “적십자사 호송 버스가 떠난 후 이른 아침부터 포격이 계속되고 있다”며 “공습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지난 1일까지 민간인 약 100명이 대피했지만, 2일에는 추가로 민간인 대피가 이뤄지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아침 마리우폴에서 피란민 호송 차량이 도시를 출발했지만 아조우스탈에서 대피한 사람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베르시닌 시장은 아조우스탈 제철소에는 수많은 부상자가 있으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매일 5~6명이 폭탄을 맞아 사망하고 있고, 군인들은 굶주림에 기절하기 시작했다”며 “민간인 대피가 진행 중이라는 러시아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또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지난주 더 이상의 공격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제철소를 향해 계속 포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의 공세로 군사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은 폐허가 됐지만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러시아군의 포위 속에서도 두 달 가까이 항전을 벌여 ‘최후의 요새’가 됐다.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구소련이 건설한 것으로 냉전 시대 소련은 핵 공격 등에 견딜 수 있도록 제철소 지하 곳곳에 터널과 벙커를 건설했다. 무선통신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외부 침입을 막는 데 용이하며 지상으로 이어지는 용광로와 발전소, 굴뚝 등 제철 설비는 방어막 역할을 해 ‘철의 요새’로 불린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관리에 따르면 이곳에는 여전히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200여 명의 민간인이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