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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아들을 묻고… 우크라, 하루 장례식만 4번


“자녀가 부모의 마지막 가는 길을 책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부모가 자녀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건 굉장히 고통스럽다. 하나님은 어느 누구도 그들이 자신의 자녀를 스스로 땅에 묻길 바라지 않으셨으리라.”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도시에서 안드리 보르넨코(43)의 장례식이 열렸다. 신부는 안드리의 관이 땅속에 들어가기 전 성수를 뿌렸다. 관이 땅에 안착하자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돌아가면서 세 줌의 흙을 무덤에 뿌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3일 지난 두 달 동안 러시아군이 휩쓸고 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의 마을들에서 시신이 발견되고 신원이 확인됨에 따라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침공이 이어진 두 달 동안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도시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러시아가 수도 키이우를 장악하려는 시도가 실패하면서 군인들이 키이우 외곽 도시들에 사는 민간인을 잔인하게 학살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조사 중인 러시아군의 전쟁 범죄만 9000건이 넘는다고 밝혔다.

거리와 집에서 뒹굴던 부패한 시신들은 낯선 사람들에 의해 급하게 땅에 묻혔다. 유족들이 가족의 시신을 찾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수백 구의 시신이 발굴되면서 유족들이 실종된 가족을 찾기 시작했고 신원이 확인된 시신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있다. 안드리의 시신도 러시아군이 마을에서 철수한 후 주변에 있던 사제의 도움으로 인근 묘지에 묻혀있었다.

장례식 하루 전날, 그의 처남은 키이우 북서부에 있는 부차의 시신 안치소에서 안드리의 시신을 인도받았다. 안드리는 4월 11일 이웃 마을의 무덤에서 발견됐다. 10대 때부터 안드리를 알고 있던 처남이었지만 부패로 인해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가슴에 있던 독수리 문신을 통해서만 몸의 주인이 안드리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신 안치소 주변에는 부패한 시신의 냄새를 맡고 온 까마귀들이 가득했다.

안드리의 시신이 마을에 도착하고 사람들은 무덤을 파기 시작했다. 이틀 동안 마을에서는 7명이 땅에 묻혔다. 장례식에 참석한 누군가는 “오늘 4번의 장례식이 있다”고 말했다.

안드리를 땅에 묻은 후 남은 가족들은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했다. 아들 안드리를 생각하던 어머니는 새로운 책임이 생겼다고 말했다. “나는 아들의 무덤을 돌봐야하기 때문에 죽는 게 두렵다. 최대한 오래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