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주에서 밸리열(Valley Fever) 감염자가 사상 최고치를 다시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 경고가 나와서 주의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밸리열은 건조한 서남부 기후에 흔한 곰팡이균 ‘코시디오이데스(Coccidioides)’의 포자를 흡입할 때 발생한다.
최근 들어 기후변화로 인해서 감염 범위가 캘리포니아 주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형석 기자입니다.
밸리열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올해(2025년) 들어서만 캘리포니아 주에서 공식적으로 벌써 3,000 건 이상의 밸리열 확진 사례가 보고됐으며, 이는 지난해(2024년)와 비교해봐도 현저하게 높은 수치다.
치명적인 뇌수막염으로 발전한 사례도 있다.
컨 카운티(Kern County) 공공보건국에서 근무 중인 브린 캐리건(Brynn Carrigan) 씨는 지난해 봄 마라톤을 준비하던 중 갑작스러운 두통과 구토, 광과민증을 겪으며 거의 한 달간을 누워지내야 했다.
진단 결과는 곰팡이 코시디오이데스균에 의한 뇌수막염, 즉 밸리열의 심각한 합병증인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는 길고 고통스러웠으며, 항진균제 부작용으로 머리카락과 속눈썹 대부분이 빠졌다.
다행히 현재는 회복돼 마라톤도 완주할 수있었지만, 브린 캐리건 씨는 아직까지도 여전히 항진균제를 복용하고 있다.
밸리열은 단 1%라도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빠른 진단과 대처가 중요하다고 브린 캐리건 씨는 강조했다.
기후변화와 가뭄, 그리고 산불이 밸리열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캘리포니아 공공보건국에 따르면, 밸리열은 주로 건조한 해가 반복되고 난 뒤 습한 겨울이 오면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
이같은 건조한 여름과 습한 겨울이 오는 기후 패턴은 바로 기후변화의 전형적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컨 카운티는 이미 올해 900건 이상의 사례가 보고됐고, 몬테레이, 샌 루이스 오비스포, 콘트라 코스타 카운티 등으로 새로운 지역에서의 감염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산불로 인한 토양 교란도 확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올초 LA 대형 산불 사태가 일어난 후 토양 복구 작업이 밸리열 확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며, 실제로 과거 소방관들 사이에서 집단 감염 사례도 있었다.
음악 페스티벌 참가자 감염 사례도 보고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컨 카운티에서 대규모로 개최됐던 ‘Lightning in a Bottle’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사람들 중 최소 19명이 감염 판정을 받았고, 이 중 8명은 병원에 입원까지 해야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사람은 감염되지 않지만, 평소 균에 노출되지 않은 외지인일수록 위험도가 더 높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밸리열은 특징은 진단이 어렵다는 것인데 증상이 감기나 독감, 코로나 19 등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밸리열은 독감, 코로나19, 폐렴 등과 증상이 비슷해 진단이 어렵고, 노출 후 최대 8주 후에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과 관찰과 의사의 주의 깊은 문진 등이 필요하다.
감염 후에도 균이 체내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화되면 재활성화 가능성이 있다.
컨 메디컬 센터의 감염병 책임자인 로이스 존슨(Royce Johnson) 박사는 밸리열의 원인인 곰팡이 균을 죽일 수있는 약이 없기 때문에, 결국 환자의 면역 체계가 얼마나 버티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보건당국은 LA 산불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상태다.
캘리포니아 주 보건 당국은 LA 등 산불 피해 지역에서 밸리열 감염 추이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가뭄과 폭우, 산불은 밸리열을 비롯한 여러 전염성 질병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보건당국과 주민들의 경계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