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다수의 차세대 원자력발전소 건립을 위해 한국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일(현지시간) 크와시 쿠르텡 영국 산업에너지부 장관이 원자력산업 투자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전력공사 측과 만나 협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금은 논의 초기 단계로 특정 원전과 관련한 합의안은 아직 의제에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안보를 시급히 재검토하는 상황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에너지 독립성을 키울 방안으로 전력수요 추산치의 25%를 공급할 새 원전 8기를 2050년까지 건설하기를 원하고 있다. 영국의 연간 전력량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18%지만 원전이 노후화해 2028년까지 일부가 폐쇄될 예정이다.
러시아는 최근 폴란드, 불가리아에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했으며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의 중단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 조치에 반대하던 독일 역시 입장을 선회하는 등 유럽 각국이 러시아산 에너지로부터 독립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영국의 신규 원전 건축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은 프랑스 국영기업인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유일하다. 신문은 이 원전 사업에 작은 규모의 중국 국유기업이 제휴업체로 관여하지만 영국 정부가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 한 관계자는 “정부가 원전 사업에 있어 사고방식이 비슷한 민주주의 동맹국과 공조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쿠르텡 장관은 “‘대영 원자력(Great British Nuclear)’을 설립하고 신속하게 각 원전을 운영할 민간기업을 모으기로 합의했다”며 “2050년까지 영국이 새 원전 6~7기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존슨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전화 통화에서 디지털, 산업, 군사 부문의 협력을 심화하자고 의견을 같이한 바 있다. 신문은 영국이 한국과의 통상관계 확대를 고대한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이 원전 24기를 갖춰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원전이 많은 국가라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한전 측은 “쿠르텡 장관이 아닌 산업에너지부와 우리 측 실장급이 접촉해 영국의 원전 건설에 관해 포괄적인 이야기를 나눈 정도”라며 “아직 영국의 원전 건설은 논의 초기 단계 수준이나 발주 시 우리도 참여를 희망해 지속해서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