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체류자 추방 정책에 미 군사 훈장인 퍼플 하트 훈장을 받은 한인 참전 군인 박세준(Sae Joon Park)씨가 한국으로 자진 추방 조치됐습니다.
영주권자지만 15년전 약물 소지와 법정 불출석 관련 혐의로 받은 추방 명령에 따른 것인데 박 씨는 50년여 년간 살아왔고 조국을 위해 싸웠던 지난 날들을 뒤로한 채 미국을 떠난다는 현 상황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이황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올해 55살인 한인 참전 군인인 박세준씨는 50여년의 미국 이민 생활을 뒤로하고 어제(23일) 한국으로 자진 출국했습니다.
박 씨는 7살때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서 마이애미로 도미했고 1년 뒤 LA로 이사해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한국군 출신인 외삼촌을 동경해 고등학교 졸업 이후 미국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으로 미 육군에 입대했습니다.
당시 나이 20살, 기초 군사 훈련을 마친 박세준씨는 파나마에 배치됐고 독재자였던 마누엘 노리에가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지난 1989년 전개된 작전 ‘Operation Just Cause’에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점심을 먹던 어느 날 파나마 군인들의 습격에 응사하던 중 총상을 입었습니다.
미국으로 후송된 박씨는 퍼플 하트 훈장을 받고 명예 제대와 함께 총상을 회복해갔지만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PTSD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PTSD에 대한 개념도 생소하던 당시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었던 박씨의 고통은 점차 심해졌고 결국 마약에 손을 댔습니다.
뉴욕에서 마약 거래를 하고 있던 도중 박씨는 경찰에 체포됐고 법정에 출두해야 했지만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마약 소지와 보석 조건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되면서 박세준씨는 시민권 취득은 고사하고 추방 유예 조치마저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지난 2009년부터 3년간 복역한 박 씨는 마약에서 손을 땠고 하와이 호놀룰루로 이주해 10여년 동안 자동차 딜러로 일하며 자녀들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출소 뒤 추방 명령을 받았지만 연방 이민세관단속국 ICE가 우선 추방 대상으로 분류하지 않아 매년 출석 확인을 받는 조건으로 미국에 머물 수 있었습니다.
자녀들이 착하고 성공적인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모는 것이 인생 최고의 축복이었다고 말한 박 씨는 이번 달(6월) 초부터 급변한 이민 당국의 조치로 더 이상 미국에 머무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와이 연방 이민세관단속국 ICE 사무소에서 체포되면 강제 추방 될 수 있으니 자진 추방을 택하라는 경고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박 씨는 올해 85살인 어머니를 포함한 가족, 친구들과 함께 이별의 시간을 보냈고 어제 미국을 떠났습니다.
박 씨는 미군 입대, 총상을 포함한 모든 것들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고향과 같은 50여년간 살아온 미국을 떠나는 것이 그 어느 것 보다 괴롭다고 밝혔습니다.
박세준씨의 사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이 미국을 위해 싸웠던 참전 군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됐습니다.
라디오코리아 뉴스 이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