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주 법원에서 공인 속기사가 부족해 민사 재판의 항소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이후 약 170만여 건 이상 민사 재판이 속기사 없이 진행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는데 이 때문에 항소를 할 수없어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비영리 법률단체들이 속기사가 부족한 만큼 재판 과정을 녹음할 수있게 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가운데, 속기사 노조와 주 의회가 이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주형석 기자입니다.
샌디에고 카운티에서 전 남편을 상대로 접근금지명령을 신청한 애슐리 패센(Ashley Paschen) 씨는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 영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판결에 불복하려 했다.
하지만, 법정 속기사 없이 재판이 이뤄지다보니 공판 기록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항소조차 할 수 없었다.
애슐리 패센 씨 같은 황당한 경우가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드물지 않다.
실제로 2023년 이후 170만 건 이상의 가정법, 상속, 접근금지명령 등 각종 민사 소송에서 공인 속기사들이 배정되지 않은 채 재판이 진행됐다.
현재 캘리포니아 법은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법정에서의 녹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비영리 법률단체들이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에 녹음 금지 규정을 폐지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들은 녹음 금지로 인해 심각한 차별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부유한 사람들만 사설 속기사를 고용해 항소할 수 있어 사실상 ‘이중 재판 시스템’이 형성되고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탄원서 관련해 속기사를 대표하는 SEIU 노조는 주 대법원에 녹음 금지를 유지하며, 예외적으로만 녹음을 허용하는 입장을 제출했다.
이처럼 노조가 현행 법원 녹음 금지법을 지지하면서 입법부와 사법부가 충돌하는 상황까지도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다이앤 파판(Diane Papan) 주하원의원이 발의한 AB 882 법안은, 향후 3년간 민사 재판에 한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녹음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다이앤 파판 의원은 이 법안이 정의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속기사를 고용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도 재판 기록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그 최소한을 담보하기 위한 임시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법안에 포함된 조건들이 너무 엄격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예를 들어, 녹음을 원할 경우 최소 하루 전에 서면으로 요청해야 하며, 속기사는 동일한 건물 내에서 다른 법정에 배정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돼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23년에도 민사 재판에 녹음 허용을 확대하려던 법안이 속기사 노조의 반대로 폐기된 적이 있어, 이번 법안 역시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