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했던 해외 순방을 2년8개월 만에 재개하면서 첫 행선지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택했다. 카자흐스탄은 시 주석이 2013년 일대일로 프로젝트 구상을 처음 밝혔던 곳이고 우즈베키스탄에선 중국 도시 이름을 단 첫 국제기구인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열린다.
시 주석은 SCO 정상회의 기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별도 회담을 할 예정이다. 다음 달 16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할 그는 이번 순방을 통해 집권 이후 치적을 강조하고 대미 전선을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15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리는 SCO 정상회의에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중국·러시아·이란·북한 간 대치 전선이 뚜렷해진 상황에서 미국 견제에 뜻을 같이하는 세 나라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13일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전날 안드레이 데니소프 주중 러시아대사를 만나 “양국은 핵심 이익 문제와 관련해 서로를 확고히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러 정상회담은 양국 밀착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SCO 정상회의에선 회원국 확대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란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양해각서를 채택하고 벨라루스의 회원국 가입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은 우즈베키스탄에 앞서 14일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시 주석은 2013년 9월 카자흐스탄에서 ‘실크로드 경제 벨트’를 처음 제안했고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꺼냈다. 집권 10년 역점 과제 중 하나인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성과를 부각할 수 있는 셈이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