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주 법원이 지난 수년간 치명적 교통사고로 사망자를 발생시켜서 유죄 판결을 받은 운전자들의 정보를 DMV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사람을 숨지게한 수백여 명의 운전자들이 운전면허를 유지한 채 도로를 다녔던 것으로 드러나 캘리포니아의 운전면허 관리 실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LA 카운티는 더욱 심각해서 차량 과실치사 관련해 평균 3건 중 한 건이 DMV에 보고되지 않았다.
운전을 하다가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도 계속해서 운전면허증을 유지한 사람들이 캘리포니아 주에서 대단히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무당파 독립 비영리 언론기관 CalMatters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캘리포니아 주 전역에서 발생한 차량 과실치사 사건을 조사해서 분석했다.
그 결과, 약 400여 건의 유죄 판결이 DMV 운전기록에 누락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LA카운티에서는 확인된 과실치사 사건 중 약 1/3이 DMV에 보고되지 않았다.
북가주 Santa Clara 카운티 경우에는 무려 절반이 넘는 차량 과실치사 사건 기록이 DMV로 넘어가지 않고 누락돼 있었다.
이로 인해 일부 운전자들은 사망 사고를 내고도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되지 않은 채 운전을 계속해왔다.
이 중 한 사례로, 2023년 5월 친구를 태운 채 과속 운전을 하다 사망사고를 낸 마빈 살라자르(Marvin Salazar)는 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끝에 유죄 판결이 나왔지만 법원이 DMV에 이러한 사실을 통보하지 않아, 불과 2개월 뒤 새 운전면허를 발급받을 수있었다.
마빈 살라자르는 이후에도 두 차례 속도위반과 또 다른 사고를 일으킨 사실이 확인됐다.
DMV는 CalMatters의 문의를 받은 후에야 마빈 살라자르의 면허를 취소했다.
이에 대해 법원 측은 “사무적 실수와 전산 오류”라면서 다수의 사건 누락을 인정하고 뒤늦게 275건 이상을 DMV에 보냈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유죄 판결 이후 시간이 흘러, 법적으로 최소 3년간 면허 취소 조치를 취해야 할 운전자들 중 일부가 실제로는 1년 남짓만 제재를 받는 경우도 생겼다는 점이다.
법적 구멍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주 DMV는 유죄 판결이 없어도 치명적인 사고를 낸 운전자의 면허를 자의적으로 정지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럼에도, 실질적으로는 DMV가 그러한 권한을 자주 행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alMatters는 2021년 사우스LA에서 당시 USC 학생 아리안 라흐바르(Arian Rahbar)를 차로 치어서 숨지게 한 운전자 리카르도 아길라르(Ricardo Aguilar)의 사례도 지적했다.
리카르도 아길라르는 2023년 유죄 평결을 받았지만 역시 DMV에는 전혀 기록이 전달되지 않아서 최근까지 유효한 면허 상태로 도로를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CalMatters 보도가 나온 이후에 현재까지 200여 명에 가까운 사고 운전자들이 면허 정지 또는 취소 조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일부 카운티 법원은 직원 재교육과 전산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서 시스템상의 문제를 시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 대해 피해자 가족들은 사법 시스템이 생명을 앗아간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책임조차 묻지 않은 것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