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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폭격·에너지 차단 주춤하는 푸틴… 나토와 전쟁 두려웠나


미국 등 서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확전 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전쟁이 러시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났듯 러시아군의 전력이 예상만큼 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수만명에 달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러시아의 공격이 ‘전면전’ 형태가 아닌 제한적 형태로만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러시아의 공격이 더 심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한 논쟁이 미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등 서방은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대해 “잔인하지만 약간의 자제력을 보인다”고 평가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철도나 도로 등을 공격해 서방이 지원하는 무기의 흐름을 끊을 수 있는데, 정작 공격은 무기 저장소에만 이뤄지고 있다. 모스크바 센터 싱크탱크 소장인 드미트리 트레닌은 “아주 이상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러시아는 반도 안 되는 힘으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폭격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서방 지도자들의 회동을 방해할 수도 있지만 러시아는 키이우에 대한 공격은 자제하는 모양새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사이버 공격’은 자취를 감췄고, 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 중단 조치도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태다. 미 국방부 고위 관리는 러시아의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공세에 대해서도 “매우 조심스럽고 미지근하다”고 말했다.

NYT는 러시아의 제한적인 공격에 대한 원인으로 ‘러시아군의 무능함’을 꼽았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군이 키이우 점령에 실패했고, 동부 공세에도 속도를 내지 못하며 러시아군이 위협적이지 않다는 점이 증명됐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무기 자체가 정밀하지 못해 공격 자체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는 언제든 통제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이 우크라이나의 기반시설을 파괴하는 것을 주저하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전면전을 펼치지 않고 우크라이나 동부 중심의 절제된 공격을 통해 나토와의 갈등을 회피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군이 나토와의 더 큰 전쟁을 감당할 수 없기에 확전되는 것을 그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전쟁에서 일종의 승리를 거두고 싶어할 뿐 더 많은 문제를 벌이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을 뿐 서방을 자극하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휴전과 평화협상을 촉구하면서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민간인 대피를 계속 허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방은 러시아 전승절인 5월 9일을 주목하고 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전승절에 공식 선전포고와 함께 대규모 동원령을 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관계자들은 현재까지 러시아군의 추가 병력 움직임 등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의 전승절 선전포고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