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를 일상 속에서 줄여 부를 때 흔히 사용되는 것이 이른바 ‘Cali(캘리)’라는 별칭이다.
그러나 이 단어에 대해 정작 캘리포니아 출신 주민들은 불쾌하거나 민망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가주 지역 언론 매체 SF GATE가 최근에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50여 명의 스태프를 대상으로 비공식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Cali’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스태프 대부분은 절대로 안 쓴다거나, 관광객이나 외지인 티가 나는 말이라고 답했다.
이와 비슷한 내용은 소셜 미디어 X와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Reddit에서도 확인된다.
토박이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Cali’라는 말 자체를 쓰지 않고, 쓰는 사람이 있으면 주변에서 민망하게 쳐다본다는 댓글이 대표적이다.
힙합 음악 속에서 한 때 ‘Cali’라는 말이 유행은 됐지만 정착을 하지는 못했고 그렇게 사라져 갔다.
Cali라는 표현은 캘리포니아와는 관계없는 주로 동부 출신 래퍼들이 사용하면서 대중화됐다.
1986년 Run DMC의 ‘My Adidas’, 1988년 LL Cool J의 ‘Going Back to Cali’, 1996년 Notorious B.I.G.의 동명 곡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2Pac과 Dr. Dre의 ‘California Love’에서도 ‘Cali’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최근에는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도 ‘The Recipe’ 등에서 이 ‘Cali’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렇다고 이 ‘Cali’ 표현이 캘리포니아 흑인 커뮤니티에서 실제로 널리 쓰이고 있는 것도 아닌 상황이다.
UC버클리의 니콜 할러데이(Nicole Holliday) 언어학 교수는 캘리포니아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 길다는 점 때문에 음악에서는 줄여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은 현실 언어 사용과는 다른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UCLA의 인류학자 노르마 멘도사-덴튼 교수는 지난 8년 동안 진행한 ‘LA Speaks’ 프로젝트를 통해서 ‘Cali’는 LA 지역 주민들이 절대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특히 스패니쉬 커뮤니티에서는 절대 사용되지 않는데 콜롬비아의 도시 ‘칼리(Cali)’와 혼동되기 때문에 오히려 꺼린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TikTok에서 77,000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인플루언서 율리아 곤잘레스(Yulia Gonzalez) 영상에서 이 캘리포니아 닉네임 ‘Cali’에 대해서 다뤄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율리아 곤잘레스는 Santa Barbara에서 자란 자신조차 많은 캘리포니아 주민들 댓글에서 ‘Cali’를 사용한다고 해서 놀랐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율리아 곤잘레스 영상의 댓글러들이 대부분 Gen Z 세대이거나 SNS 영향으로 힙합 문화를 접한 사용자일 것으로 보여 그런 계층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반응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Talk Like a Californian』이라는 책에서는 “Cali는 Frisco만큼이나 토박이들이 싫어하는 말”이라고 소개됐다.
Frisco는 물론 샌프란시스코를 줄여서 사용하는 표현이다.
캘리포니아 출신 20대부터 60대까지 모두가 ‘Cali’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오히려 캘리포니아 현지인들은 자신을 소개할 때 “I’m from NorCal”이나 “I’m from LA”처럼 구체적인 지역을 말하는 걸 선호하며, ‘Cali’와 같은 지역적으로 모호한 표현은 피하는 경향이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일상 대화에서는 기피되는 이 표현이 와인, 축제, 음식 메뉴 등 마케팅용으로는 자주 쓰인다는 점이다.
롱비치에서 열리는 ‘Cali Vibes’ 뮤직 페스티벌, 레스토랑의 ‘Cali Burrito’, 롱비치 출신 스눕 독의 와인 브랜드 ‘Cali Red’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도 일상 언어로 사용된다기보다는 상업적인 표현으로 허용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그냥 California라고 하자고 조언한다.
USC의 작가이자 교수인 데이비드 울린(David Ulin) 박사는 이런 식의 축약어가 캘리포니아라는 복잡하고 다면적인 정체성을 극적으로 단순화시키고 왜곡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울린 박사는 자신의 글을 마무리하면서 “우리 캘리포니아 인들이 그냥 California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결론적으로, ‘Cali’는 캘리포니아 현지인들에게는 대단히 낯설고 부자연스러운 표현이며, 오히려 관광객 또는 외지인이라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힙합과 SNS에서는 자주 등장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Cali’는 실제 지역 정체성과는 괴리가 있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좋아하지 않는 표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