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상대로 자행되고 있는 이스라엘 악행에 대해 이제 헐리웃 영화계 전체가 나서서 맞서고 있다.
헐리웃 배우와 감독 등 영화인 4천여 명이 이스라엘 영화 기관과의 협업을 거부하는 서약서에 서명하며 팔레스타인 인권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주형석 기자입니다.
영화인 연대 단체 ‘팔레스타인을 위한 영화인’, Film Workers for Palestine이 서약서를 전격 공개했다.
그 서약서에는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자행한 폭력과 집단 학살, 차별 정책 등에 반대하면서 학살과 아파르트헤이트에 연루된 기관과 이제 더 이상 협력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서약에는 영화감독 조너선 글레이저, 에바 뒤버네이, 요르고스 란티모스, 조슈아 오펜하이머를 비롯해 배우 호아킨 피닉스, 루니 마라, 엠마 스톤, 앤드류 가필드, 마크 러팔로, 틸다 스윈튼, 하비에르 바르뎀, 올리비아 콜맨 등 수십 명의 세계적인 영화인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영화인들은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참상에 대한 침묵은 곧 동조라며, 이스라엘 정부와 협력하거나 학살을 정당화하는 영화제, 방송사, 제작사와의 협업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개별 이스라엘 영화인들과의 협업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기관 차원의 책임을 묻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영화인들 서약문은 국제사법재판소가 올해(2025년) 초 가자 지구에서 ‘집단학살의 위험이 있다’고 결정한 판결 내용과, 지난 7월 이스라엘 군의 팔레스타인 점령지 지속 주둔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판결을 구체적 근거로 제시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이 2개의 해당 판결에 대해 근본적으로 잘못됐고 편향적이라고 반박하는 주장을 펼쳤다.
이번 헐리웃 영화인들의 서약은 미국과 유럽 내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헐리웃에서 여전히 유대인들과 이스라엘의 힘이 막강해 팔레스타인 인권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던 영화인들이 반유대주의라는 비난과 계약 해지를 당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23년 배우 수전 서랜던과 멜리사 바레라가 이스라엘을 비난하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가 에이전시와의 계약이 해지됐고 작품에서도 제외됐다.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감독 조너선 글레이저는 오스카 수상 소감에서 홀로코스트와 유대인의 정체성이 점령 정책 정당화에 이용되고 있다고 발언해 거센 반발을 샀다.
Film Workers for Palestine은 1980년대 헐리웃 영화인들의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 반대 운동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스티븐 스필버그, 스파이크 리, 마틴 스콜세지 등 세계적인 감독들이 자신의 영화를 남아공에 배급하는 것을 거부했다.
Film Workers for Palestine은 팔레스타인 영화인들이 호소한 대로 인종차별과 비인간화를 거부하고 폭력과 억압에 대한 공모를 끝내기 위해 이제는 모두가 나서서 당당하게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헐리웃 영화인들의 서약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싼 국제 영화계의 연대와 정치적 긴장이 높음을 보여주며, 헐리웃 내 표현의 자유와 인권 운동의 충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