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해 연임에 성공했다. 이로써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역대 최연소 대통령에서 20년 만에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됐다. 특히 중도 성향 마크롱 대통령은 극우 성향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와 5년 만에 재대결 구도 속에 승리했다. 프랑스 국민이 극우를 선택하지 않은 셈이다.
프랑스 주요 여론조사기관들은 이날 오후 8시 마크롱 대통령은 57~58%, 르펜 후보는 41~42%의 표를 얻을 것으로 예측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 30분쯤 아내 브리지트 여사와 함께 에펠탑을 둘러싼 샹드마르스 광장을 찾아 유권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당선 연설에서 “여러분들이 나의 사상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극우의 사상을 막기 위해 나에게 투표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한 진영의 후보가 아닌 만인의 대통령으로서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르펜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의 분노에 대응책을 찾겠다”며 “프랑스를 통치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새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르펜 후보는 패배를 인정하면서 “소수가 권력을 장악하지 않도록 에너지와 인내, 애정을 갖고 프랑스와 프랑스 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국민은 극우를 선택하지는 않았음에도 격차는 이전보다 좁혀졌다.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의 이번 대선 결선 득표율 격차는 15∼16% 포인트로, 32% 포인트 차이를 보였던 5년 전보다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2017년 당시 극우 세력을 막기 위한 좌우 진영이 합세하는 ‘공화국 전선’이 이번 대선에서는 제대로 작용하지 않은 것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었다.
공화국 전선은 1956년 프랑스 총선에 처음 등장했다. 2002년 대선 당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연임에 도전하는 선거에서 르펜 후보의 아버지이자 원조 극우 아이콘인 장 마리 르펜 후보가 결선에 등장하자 좌우가 ‘공화국 전선’으로 연대했다. 이로 인해 시라크 전 대통령은 1차 투표율에서 19.8%밖에 되지 않았으나 2차 투표에서 82.2%로 압도적인 득표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 같은 현상은 마크롱 대통령이 첫 임기 동안 보여준 모습에 다수 유권자가 실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1차 투표 후 첫 주말 수도 파리와 마르세유 등에서 열린 시위에서는 ‘마크롱은 안 된다’ ‘르펜은 안 된다’는 구호가 중심에 있었다. 이번 결선 투표율은 72% 안팎으로 추정돼 1969년 68.9% 이후 53년 만에 가장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6월 실시되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인 전진하는공화국(LREM)이 승리하지 못한다면 다수당을 차지한 야당 대표를 총리로 임명해 불편한 동거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