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노년층의 질병으로 여겨지던 암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50살 미만의 젊은 성인층에서 매우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의료와 과학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구진들은 이러한 '조기 발병 암(Early-Onset Cancer)' 증가 추세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며, 현대인의 환경과 생활 방식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근본적인 변화에 기인한다고 보고 원인 규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형석 기자입니다.
미국 암학회(ACS)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성인의 암 발병률 증가는 여성에게서 특히 두드러진다.
50살 미만 여성의 암 발병률은 남성들에 비해서 무려 82%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02년의 51%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특히 대장암과 직장암을 비롯해 췌장암, 위암, 자궁암, 신장암 등 이른바 소화기 계통 암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모습이다.
한 보고서는 조기 발병 대장암 발병률이 1990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79% 증가했으며, 젊은층 사망률까지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젊은층의 대장암 발병 급증으로 인해 미국 주요 의료기관들은 대장암 검진 시작 연령을 이제는 50살에서 45살로 5살 낮추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유전적 요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젊은층에서 암 발병이 급증하는 이 현상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 195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가 본격적으로 노출되기 시작한 환경적 요인(environmental exposures)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이같은 암 발병이 늘어나는 가장 강력한 원인으로는 비만, 앉아있는 생활 방식(sedentary lifestyle), 그리고 고도로 가공된 식품(ultra-processed foods)의 과도한 섭취가 꼽힌다.
비만은 염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암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설탕이나 지방 함량이 높은 초가공식품은 대장암, 췌장암 등의 위험 증가와 일관되게 연관되고 있다.
과도한 음주나 나쁜 수면 습관 역시 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고, 여성들의 경우 늦은 출산 연령이나 적은 출산 횟수 등 생식 패턴의 변화도 일부 암의 발병률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인의 식단과 항생제 사용 등으로 장내 미생물 환경이 변화한 것도 암 발생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관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의 종양학자는 젊은 사람들,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갈수록 여러 종류의 암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개인 유전적 변이 이상의 더 광범위한 무언가가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현재 이 '과학적 수수께끼'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적인 규모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전체적인 암 발생률 중에서 약 40% 정도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