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 순방을 앞두고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18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했다. 미·중은 북한, 대만,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문제를 놓고 팽팽히 맞섰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양측이 지역적 안보 문제와 비확산에 초점을 맞춰 대화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관계에 관한 구체적 사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통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비확산을 언급한 데 비춰 보면 북한 핵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 순방 기간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설리번 보좌관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전화 통화는 지난 3월 이탈리아 로마 회동 이후 약 두 달 만에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시간으로 20~24일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다.
중국은 대만 문제와 IPEF 출범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양 정치국원은 “대만은 미·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하며 핵심적인 문제”라며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하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 행동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대만 카드를 활용하는 것은 잘못된 길을 점점 더 멀리 가는 것으로 위험한 정세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중국은 확고한 행동으로 주권과 안전이익을 보호할 것이다. 우리는 한다면 한다”고 강조했다.
양 정치국원은 또 “사리사욕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을 해치는 어떠한 행위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파벌을 끌어들여 분열과 대항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실현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 방문 기간 IPEF를 출범시키고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쿼드(Quad)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두 이벤트 모두 중국 견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
대통령실은 중국이 한국의 IPEF 가입을 견제하는 데 대해 “한국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도 참여하는데 콕 집어 한국을 (견제)하는 것은 공정한가”라고 반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정부의 대중 외교 기조는 상호 존중과 당당한 외교”라며 “중국이 과잉 반응을 보이는 것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은 일본을 향해서도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화상 회담을 갖고 “미·일 양자 협력은 진영 대항을 유발해서는 안 되고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해쳐서는 더욱 안 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일본은 역사의 교훈을 얻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착안해 반드시 신중하게 행동하고 남을 위해 허망한 일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문동성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