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의 압력에 굴복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제프리 엡스틴 파일 공개 법안에 어제(11월19일)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 Truth Social을 통해 유죄 판결을 받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Jeffrey Epstein) 관련 파일을 30일 이내에 연방 법무부가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을 했다고 해서 모든 엡스틴 파일의 공개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법안에는 진행 중인 수사를 보호하는 조항을 포함해 중요한 예외 조항이 담겨 있어, 많은 문건이 기밀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Truth Social에 올린 장문의 발표문에서 엡스틴과 연루된 민주당원들에게 초점을 맞추며, 문건 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자신의 행정부를 흠집 내려는 방해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자신들에게 훨씬 더 영향을 미치는 이 '엡스틴 파일' 이슈에 대한 주의를 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주장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법안 통과를 자신의 지시로 포장하며, 새상 모두가 알다시피, 자신이 마이크 존슨(Mike Johnson) 연방하원의장과 존 튠(John Thune) 연방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에게 이 법안을 각각 하원과 상원에서 통과시키도록 요청했다며 이러한 요청 덕분에 투표가 거의 만장일치였다고 주장해서 마치 자신의 공인 것처럼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틴 파일 공개 문제와 관련해 정치적인 싸움에서 패배했다는 사실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엡스틴 파일 공개를 막을 수없다는 사실이 명확해진 후에야 공화당에 해당 법안을 승인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과는 달리, 연방하원 민주당원들과 일부 공화당 연방하원의원들이 연합해서 법안 표결을 강행했고, 표결이 다가오자 다른 공화당원들도 이 법안을 승인할 것임을 시사했다.
1996년 엡스틴과 그의 전 여자친구 길레인 맥스웰(Ghislaine Maxwell)을 처음으로 신고했던 학대 생존자 마리아 파머(Maria Farmer)는 이번에 연방상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된 것을 환영했다.
마리아 파머는 성명에서 수십 년 동안 어둠 속에 방치됐고, 투명성과 조치를 요구하는 자신의 거듭된 요청이 무시돼 왔는데, 이 엄청난 정의의 참사에 눈을 감은 행정부를 거의 다섯이나 겪은 끝에 마침내 의회가 생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미 엡스틴 수사와 관련된 수만 페이지의 문건을 공개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자들은 그 어떤 것으로도 엡스틴 관련해 결코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오랜 기간에 걸쳐서 엡스틴의 성적 학대 혐의가 계속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부유하고 권력 있는 인사들과의 긴밀한 관계는 엡스틴의 사건에 대한 더 많은 문건이 공개돼 다른 가해자들을 폭로해야 한다는 일반 시민들의 강한 요구를 그동안 지속적으로 부추겨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틴과 최소 15년 동안 친분을 유지했다고 시인했다.
억만장자 금융가이면서 유죄 판결을 받은 성범죄자 엡스틴은 2019년 8월 재판을 기다리던 중 감방에서 목을 매단 채 사망했으며, 당시 엡스틴의 죽음은 자살로 공식 발표됐지만 많은 의혹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틴의 성매매 조직에 대한 의혹을 부인했다.
엡스틴과의 개인적 친분은 있었지만 그의 성매매 범죄에 어떤 관여나 지식도 없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일관되게 단호한 부인을 계속해 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엡스틴이 마라라고(Mar-a-Lago)의 스파 직원을 빼돌려 고용하면서 자신과 갈등이 생겼고 결국 그 때문에 엡스틴과의 관계가 틀어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틴을 "역겨운 변태"라고 불렀다.
법무부에 추가 파일 공개를 요구하는 이 법안에는 팸 본디(Pam Bondi) 법무장관이 처음에 대부분의 파일을 보류했던 여러가지 이유와 유사한 몇 가지 예외 조항이 포함돼 있다.
당시 팸 본디 장관의 엡스틴 파일 공개 보류 결정은 사건의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매우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엡스틴 파일 공개 법안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피해자를 식별하거나 아동 성학대 이미지를 포함하는 기록, 또는 달리 기밀로 분류된 기록을 보류할 수 있게 돼있다.
또한, 진행 중인 연방 수사를 위태롭게 할 경우에도 기록을 보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미 보류했던 파일들이 피해자의 이미지, 불법 아동 성학대 영상이나 또는 법원 명령으로 봉인된 자료를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엡스틴 재산관리인이 넘긴 일부 이메일에 언급된 민주당원들에 대해 법무부가 수사에 착수할 것을 요구했다. 팸 본디 장관은 신속하게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행정부가 문건 공개를 보류할 또 다른 이유를 제공할 수 있다.
법무부 대변인은 추가 문건 공개를 거부하는 이유로 해당 수사를 이용할 것인지에 대해 언급을 거부하기로 했다.
팸 본디 장관은 법무부 본부에서 법안 준수 계획에 대한 질문을 회피했다.
다만 팸 본디 장관은 법을 따를 것이라면서 엡스틴 피해자들을 보호하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였다.
팸 본디 장관은 추가 자료가 공개될 경우에 투명하게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팸 본디 장관은 4개월 전 사건 종결 결정을 번복하게 된 계기가 수사관들이 확보한 "새로운 정보"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그 정보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