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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쇼핑객, 연말인데도 지갑 닫았다

주택 개조 용품 소매업체인 홈디포는 지난 18일(화) 연간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3분기 매출 성장 둔화를 보고했다.

신규 매장 제외 매출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비교 가능 매출(Comparable Sales)은 0.2% 증가(미국 내 0.1% 증가)에 그치면서 월 스트리트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재정적으로 안정된 사람들마저도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는 미묘하지만 중요한 변화를 시사한다.

주형석 기자입니다.

홈디포의 고객층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편이며, 주택 구입이나 리모델링 활동이 활발할 때 수혜를 입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높은 차입 비용과 부진한 주택 시장이 그런 중산층의 활동을 둔화시키고 있다.

테드 데커(Ted Decker) 홈디포 회장 겸 CEO는 3분기 예상했던 수요 증가가 실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테드 데커 홈디포 CEO는 소비자 불확실성과 주택 시장의 지속적인 압박이 주택 개조 수요에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지출에 신중해지는 소비자들이 저소득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펜하이머(Oppenheimer & Co.)의 브라이언 W. 나겔 애널리스트는 경제 전문 방송 CNBC에서 홈디포가 주택 활동과 임의 소비 지출 약화라는 대단히 부정적 요인들의 수렴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브라이언 W. 나겔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소비 환경이 소프트(soft)에서 더 소프트(softer)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홈디포는 또한 온화한 날씨와 폭풍 등 자연재해가 줄어든 것이 지붕 자재나 발전기와 같은 계절 상품의 수요를 억제해 매출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쳤다고 전달했다.

이러한 소비 위축 현상은 소매업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날드 CEO는 이달(11월) 초 고소득층 고객들이 더 저렴한 식사를 찾아 맥도날드로 '다운그레이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외식 체인들인 카바(Cava), 치폴레(Chipotle), 스위트그린(Sweetgreen) 등은 최근에 실적 발표를 통해 젊은 고객들이 돈을 아끼기 위해서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식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컨설팅 회사 알바레즈 앤 마살(Alvarez & Marsal)의 채드 러스크 이사는 일부 고소득층 쇼핑객들이 의류와 전자기기 지출을 위해서 저가 소매업체 방문과 식비 줄이기 등 기존 습관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달라지는 경제 상황 자체가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시간 대학교의 소비자 심리 지수는 11월에 6% 하락한 50.3으로 지난 2022년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고, 장기간의 정부 셧다운 우려가 부정적 전망에 무게를 더하며 소득 계층 전반에서 경제 상황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다.

이와 동시에 대량 해고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대표적인 재취업 고용정보업체인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 Christmas)에 따르면, 10월 미국 기업들은 153,074건의 정리해고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여 년 동안 10월 정리해고 중에서 최고치에 해당한다.

올해 총 해고 건수는 이미 100만 여건을 넘어섰고 지난해 2024년에 비해서도 65%나 증가했다.

클라나(Klarna)의 세바스티안 시미아트코프스키 CEO는 AI로 인한 화이트칼라 직종의 일자리 손실이 전통적인 경기 침체의 역학을 바꿀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바스티안 시미아트코프스키 CEO는 AI로 인해 고소득 가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역방향(Inverse)'을 보고 있을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미국 주택 소유자의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주요 지표로 여겨지고 있는 홈디포의 실적 부진은 우려스러운 신호다.

심지어 안정적인 중산층 고객들마저 지출을 줄이고 있다면, 광범위한 소비자 경제는 예상보다 더 추운 겨울을 맞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