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0.5% 포인트 연방 기준금리 인상 발표 이후 미국 증시가 연일 폭락하자 뉴욕 월스트리트 금융가에선 최악의 연준 불신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글로벌 공급망 및 원자재 부족에 따른 물가 인상 조짐이 지속됐을 때는 우물쭈물 금리 인상을 미루다 갑자기 뒤늦게 큰 폭의 금리 인상에 나선 연준에 대해 금융시장 전체가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0일(현지시간) “세계 3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등을 비롯해 월스트리트를 지탱하는 투자그룹의 분석가들이 잇따라 금융시장 관리에 실패하는 현 연준 지도부에 대해 엄청난 의문을 품게 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뉴욕 ‘큰손’ 투자자들은 더 이상 연준의 조치가 금융시장의 향후 진행방향에 대한 예측을 가능하게 해주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연준의 금리 인상 조치는 지난해 9월 이전에 이뤄졌어야 했다고 분석한다. 당시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돌입하며 석유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글로벌 공급망 부족으로 물가 인상 조짐이 본격화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연준은 석유수출기구(OPEC)의 석유 증산 합의가 나올 것이고 이에 따라 인플레 양상도 진정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기의 기준금리였던 0.25%를 고수했다.
지난해 9월 미국 정부 당국이 소비자물가가 40년래 최대 인상폭을 기록했다고 발표하자 그제야 연준은 서둘러 인플레이션 진정 대책 수립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임기 만료를 앞뒀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신임건과 맞물려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연준은 파월 의장이 재신임된 뒤에도 금리 인상 문제를 방치하다 지난 3월 17일 뒤늦게 0.25% 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져 유가가 더 폭등했음에도 연준은 “그간의 양적 완화 조치를 해소할 것”이라면서도 “경기가 회복되는 만큼 시장 충격은 최소하화겠다”는 메시지를 금융시장에 던졌다.
두달 뒤 다시 0.5% 포인트 금리 인상 조치가 이뤄졌지만 금융시장은 연준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NYT는 “세계 금융을 선도하던 연준의 역할이 이젠 사후약방문만도 못하게 됐다는 인식이 전 세계 증시에 퍼지게 됐다”면서 “뉴욕 증시의 폭락은 이런 불확실성이 대폭 증대함에 따른 공포 심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