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침공한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의 한 건물에서 비무장 민간인 2명을 사살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12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미 CNN 방송은 우크라이나 검찰이 수사 중인 이 사건과 관련해 민간인을 조준 사격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입수해 보도했다. CNN은 “러시아군이 민간인 사살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전쟁 규칙을 위반하며 무자비한 총격으로 무기도 없었던 민간인 두 명을 사살했다”고 전했다.
사망한 민간인 2명 중 1명은 건물 경비원으로 일했던 68세의 노인 레오니드 올렉시요비치 플라야츠였다. 나머지 1명은 유가족의 요청으로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그의 딸 율리아는 “부친이 사망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는 것이 괴롭지만 언젠가 침략자들이 얼마나 야만적인지 잊지 않도록 알리기 위해 영상을 보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율리아는 CNN에 “러시아는 사형집행인”이라며 “내 아버지는 민간인이었고 무기 하나 없는 68세의 쾌활한 노인이었다”고 울먹였다.
CNN은 영상을 검증한 결과 러시아 군인 5명이 이 건물에 도착해 유리를 부순 뒤 건물에 침입하려다 이 민간인 2명을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눈 뒤 이들이 지나가자 뒤에서 사격해 피해자들이 바닥에 쓰러졌다고 전했다.
CNN은 러시아 국방부에 논평을 요청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CNN이 입수한 영상을 본 후 사건을 전쟁 범죄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상에는 피해자들을 쏜 군인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 방탄복을 벗고 서랍과 책상을 뒤진 뒤 모자를 써보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서로 건배하는 듯한 모습도 담겼다.
소총에 맞은 플라야츠는 숨이 끊어지기 전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고,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그를 구하기 위해 달려와 러시아군과 총격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야츠를 도우러 왔던 한 시민은 “아무 이유 없이 죄 없는 민간인을 살해한 러시아군들 때문에 더 큰 증오가 생겼다”면서 “이것은 분명히 전쟁범죄이고, 그들이 잡힌다면 사형을 선고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